['재신임 국민투표'논란]3野 “연대든 협조든 일단 뭉쳐야”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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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박상천 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14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민주당의 박상천 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14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 정국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3당의 공조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야3당은 “공조는 무슨…”이라고 일축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론 3당 연대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한결같이 “사안별로 의견이 같으면 협조하는 것이지 결코 ‘공조’는 아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13일 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공조 얘기는 없었고 현재는 공조를 따질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박 대표는 14일 자신이 제안한 4당 대표 및 원내총무 8자 회동을 설명하며 “통합신당을 포함해 정치권이 노 대통령이 제안한 재신임 및 국민투표에 대한 협의를 하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 고위 당직자도 “정치권에서 현 대통령의 재신임 등 현안을 논의하자는 것을 공조라는 것은 단견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기준으로 ‘통합신당 대 야3당’의 구조로 재편된 현 정치 지형을 감안할 때 자연스럽게 ‘한-자’, 혹은 ‘한-민-자’ 연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지적이다.

최 대표가 이날 국회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의 신임에 관한 국민투표는 위헌이라는 논란이 있어 국회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 대목은 당초의 입장에서 다소 바뀐 것이다.

이는 민주당 박 대표의 의견과 일치하는 것이어서 민주당과의 공조를 사실상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통합신당이 불참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5일 열릴 6자 회담을 앞두고 이날 한-민-자 3당 원내총무가 회동, 공동 대처 방안을 모색한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이와 관련, 6자 회담에서 야3당이 노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하고 국정조사가 미흡할 경우 특검을 도입하는 데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통해 정국 돌파를 꾀하려 한다면 야3당은 ‘특검 정국’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개헌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위 구성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야3당의 공조는 ‘동상이몽’ 성격이 짙다. 재신임 국면에서 전술적 공조를 하고는 있지만 노선이나 이념 등이 워낙 다른 야3당이 전략적 제휴 단계까지 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병렬 대표, 국회 대표연설 분야별 요지
국민투표에 대한 입장측근 비리의혹 규명 뒤 재신임 국민투표. 단 신임 국민투표는 위헌 논란있어 국회 검토 거쳐야
국민투표 시기측근 비리의혹이 명백히 밝혀진 뒤라면 시기 상관없어
대통령 탄핵측근 비리가 대통령과 관련되어 있고 당선 후의 일이라면 탄핵 대상
재신임 거론 배경노 대통령이 측근 비리는 물론 그것과 자신의 관계를 덮기 위해
최도술씨 비리의혹규명 방법검찰수사 미진할 경우 특검 통해서라도 그 전모를 밝혀낼 것
국가위기 근원대통령의 잘못된 역사인식, ‘코드정치’로 일컬어지는 진보독재,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반민주적 사고, 국정경험의 일천함과 무능력
대통령에 대한 요구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 자세의 변화, 민생전념, 신당입당, 적대적 언론정책 수정, 행정수도 후보지 조속발표, 포퓰리즘 정치 중단
정치개혁국회의원 선거의 완전공영제, 선거사범 단심제 도입, 기부한도 300만원 이하 축소, 정치자금 지출시 수표 카드사용 의무화
권력구조 개편경제 어렵고 국정 불안한 때이기에 논의 부적절. 내년 총선 이후 검토
5대 국가위기 해결과제기업투자환경 조성, 노사정책 혁파, 교육혁명, 신산업개발 주력, 한미관계 정상화
송두율씨 처리의혹규명이 제대로 안 되면 특검 등 모든 수단 동원해 배후 밝힐 것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재신임땐 의원 총사퇴? 우리가 왜…”▼

한나라당은 14일 최병렬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전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가 가결될 경우 의원직 총사퇴를 추진하는 방안을 연설 내용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둘러싸고 한바탕 소동을 빚었다.

최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비공개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가결은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가결될 경우 내가 정계를 은퇴하고 우리 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총사퇴하기로 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자”고 제안했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 등 일부 의원들이 이를 지지하자 최 대표는 9시40분경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총에 참석한 의원 중 상당수가 최 대표의 제안에 강력히 반발하는 바람에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강행해 재신임될 경우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의원직 총사퇴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러 의원들이 한꺼번에 “대통령 탄핵 정국에 의원직 총사퇴가 웬 말이냐”, “성급한 결정이다”, “노 대통령 측근의 비리 수사를 지켜보자”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회의가 잠시 중단됐다.

한 당직자는 “의총 시간이 20분밖에 안돼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홍 총무 등 일부 의원이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노력했지만 허사였다”고 전했다.

결국 소란이 이어지자 최 대표는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보류하겠다”며 서둘러 의총을 마무리지었다. 최 대표는 지난 주말부터 재신임 정국의 기선 제압 방안을 강구한 끝에 이런 배수진을 강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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