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웅 100억' 어디로 흘러갔나…본인 강력부인

  • 입력 2003년 10월 9일 2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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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은 9일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SK비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재정위원장을 맡았지만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하지 않았다”며 “(SK 비자금은) 보고받은 적도, 결재한 적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최 의원은 이어 “SK에는 아는 분도 없고 직접적인 관계도 없으며 어떤 돈도 받은 적이 없다”며 “개인적인 비리와 후원금 유용 의혹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SK에 후원금을 요구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후원회를 개최하면 100여개 업체들에 전화를 걸어 ‘후원금을 내달라’고 요구하는데 그 업체들 명단에 SK가 포함됐을 수도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20∼30곳에 전화를 했는데 그 명단에 SK가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처럼 자신의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했지만 검찰은 최 의원의 100억원 수수 혐의를 재확인했다. 검찰 발표가 맞다면 자금의 구체적 유입 경로가 무엇보다 관심사다.

현재로선 문제의 자금이 당 공식 후원금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후원금은 회계 처리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후원회장이었던 나오연(羅午淵) 의원은 “SK에서도 후원금을 받았지만 액수는 밝힐 수 없고 영수증 처리했다”며 “후원회 자금 중 영수증 처리하지 않은 것은 단 한푼도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SK 후원금은 1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공식 채널이 아닐 경우 남는 가능성은 △비선(秘線)조직에 의한 유입 가능성 △최 의원 개인의 유용 가능성으로 압축된다.

당내에선 세풍(稅風)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이회창 전 대통령후보가 비공식 자금을 용납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런 가능성을 부인하는 시각도 있다. 최 의원도 이 전 후보 관련설에 대해 “그분은 돈 얘기만 하면 기절하는 사람인데 왜 얘기를 하느냐”고 일축했다. 그는 개인 유용설도 강력 부인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이 전 후보와 가까운 일부 중진들이 ‘충성 경쟁’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돈 조달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한편 최 의원의 검찰 출두문제에 대해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최 의원은 통합신당 이상수(李相洙) 의원이 검찰에 출두한 다음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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