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치범수용소 실태]"철조망에 고압전류…농작물 압수"

  • 입력 2003년 10월 7일 18시 50분


7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4층 통일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탈북자들. 왼쪽부터 강철환(북한 민주화를 위한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본부 대표), 김병도(전 북한협동농장 관리인), 김상현씨(피랍탈북인권연대 고문). -연합
7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4층 통일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탈북자들. 왼쪽부터 강철환(북한 민주화를 위한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본부 대표), 김병도(전 북한협동농장 관리인), 김상현씨(피랍탈북인권연대 고문). -연합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7일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출신인 강철환 ‘북한 민주화를 위한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본부’ 대표의 증언을 들었다.

강씨는 평양 출신으로 9세 때인 1977년 가족과 함께 함경남도 요덕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돼 10년간 지내다가 87년 풀려난 뒤 91년 탈북, 한국에 와서 북한 인권문제의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강씨는 “인공위성 사진을 직접 봤다”며 현재 북한에는 5개의 수용소가 있다고 밝히고 “당초 12개였던 것이 5개로 줄었지만 수용소의 대형화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용소에서는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며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는 비밀 재판을 거치거나 행정처분만으로도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덕 수용소 감금 당시 30년 동안 이곳에 수용돼 있던 할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에 둘러싸인 수용소에는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수용자들은 농사를 지으면서 산에서 나무를 하거나 광산에 동원되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농장 수확물은 100% 국가안전보위부가 거두어 가서 조직의 운영비로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요덕수용소에서 여건이 좋은 편인 ‘혁명화 구역’에 머물면서 학교에서 국어 산수와 김일성 교육을 받았으며, 자신이 풀려난 이유는 일본에 총련계 친척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86년 총련계 방북단이 북한을 방문한 뒤 “내 친척이 사라졌다”며 항의하는 바람에 일본에 친척이 있는 사람만 석방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 외화상점이나 중국에서 들어온 라디오로 남한 방송을 듣다가 국가보위부에 신고 되는 바람에 체포가 두려워 탈북했다고 밝혔다. 그는 “라디오를 구입할 땐 당국에 반드시 신고하고 주파수를 납땜으로 고정해야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2대를 산 뒤 1대만 신고하고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에서 ‘늑대와 여우는 살고, 양은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배급식량만 기다린 주민은 죽었고, 몰래 물건을 내다 팔던 사람은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 비에 젖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보고 울었다는 북한 여대생 응원단에 대해서도 “북한 주민은 겉으론 권부에 충성해도 속으로는 생각이 다른 이중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언을 마치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식량지원과 인권문제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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