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수석 발언, 미묘한 韓美관계에 또 ‘파란’

  • 입력 2003년 9월 17일 0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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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이라크 전투병 파병 반대 발언은 북한 핵문제, 주한 미2사단의 후방 배치 등을 놓고 가뜩이나 미묘한 상황에 처해있는 한미관계를 또 다른 시험대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미국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유 수석의 발언을 단순한 개인적 발언으로 치부하지 않고 공식적인 발언으로 간주해 이 발언이 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인지를 확인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유 수석이 기사화될 것을 알면서도 그런 발언을 했다면 사견이 아닌 공식 발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아무튼 한국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미국이 요청한 중요 현안에 대해 이처럼 분명히 ‘아니다(No)’라고 밝힌 것은 그동안의 한미 관계에선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미국이 이라크전쟁의 수렁에 빠져들어 국제적 여론이 불리한 상황 속에서 나온 것이란 점 때문에 파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이 여전히 한국 내의 반미 감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점도 유 수석 발언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음을 짐작케 한다. 최근 미국이 한국정부가 요청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다음달 한국 방문을 적극 수용하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한국 방문시 부시 대통령이 환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최근 경제적 어려움의 해결을 위해 한미동맹의 강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유 수석의 발언은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보혁간의 논란을 한층 더 증폭시키는 것은 물론 한미관계에도 돌발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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