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내친구 잘 지냅니까”尹외교와 면담 盧안부 묻기도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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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어떻게 지냅니까. 노 대통령을 좋아합니다.(How is my friend doing? I like him.)”

3일 오후 3시반경(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선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윤 장관은 오후 3시10분경 국무부에 도착해 콜린 파월 장관과 잠시 환담한 뒤 승용차를 함께 타고 백악관을 방문, 부시 대통령과 약 20분 동안 만났다. 이 자리에는 파월 장관만 배석했고 통역이나 한국측 기록자도 없었으며 사진촬영도 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독대’ 기회를 준 데 대해 윤 장관은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신뢰 표시이며 한미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로 본다”고 해석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들이 북핵 6자회담의 무용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중국이 미국의 회담태도를 비난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교통정리를 시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자간 해법으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원칙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이례적으로 윤 장관의 면담요청을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외교부 장관을 집무실에서 단독으로 만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말했다. 외교부 장관이 백악관 안보보좌관실을 방문했다가 대통령을 잠시 만난 경우가 있었을 뿐이라는 것.

윤 장관은 부시 대통령과 한국의 경제상황,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북핵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한 경제교류와 개성공단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자 부시 대통령은 “흥미 있다(interesting)”고 말했다고 윤 장관은 전했다.

윤 장관은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자들이 “부시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특별한 주문을 하지는 않았느냐”고 묻자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질문이 계속 쏟아지자 “더 이상 하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게 될지 모른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는 “93∼94년 외무장관 시절 백악관을 방문했다가 안보보좌관실에서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을 여러 번 만나 대화한 적은 있다”면서 “그러나 외교부 장관이 국무장관의 안내로 대통령과 집무실에서 단독으로 만난 것은 이례적이며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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