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核 먼저 포기하면 보상” 北 “양측 동시에 단계조치”

  • 입력 2003년 8월 31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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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베이징 6자회담은 북핵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미국의 커다란 입장 차이를 거듭 확인한 자리였다.

특히 양측은 기조발언을 통해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은 ‘로드맵’을 고수, 앞으로의 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북측의 로드맵은 ‘일괄타결’과 ‘동시행동’을 전제로 한 4단계.

일괄타결이란 우선 미국이 법적구속력을 갖는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한국,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지원하는 한편 전력손실 보상과 경수로 완공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런 조치가 이뤄지면 핵무기 사찰 허용과 핵시설 해체, 미사일 시험발사 보류 및 수출 중지로 ‘답례’하겠다는 것이다.

동시행동은 중유제공 재개, 식량지원 확대, 불가침조약 체결, 외교관계 수립, 경수로 완공 등 미국측의 일련의 성의 있는 조치에 따라 북측도 핵계획 포기선언, 핵시설 동결 및 사찰 허용, 미사일 문제 타결, 핵시설 해체 등의 단계별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모든 사태의 원인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인 만큼 이를 바꾸지 않을 경우 북핵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게 요체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만 관계정상화를 향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진지한 태도 변화를 보일 때까지 더 이상의 대화와 거래는 없으며 지금 상황에서 불가침조약 체결 운운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북핵 포기를 전제로 한 몇 가지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북측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면서 “양측이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앞으로의 회담은 답보상태를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4단계-미국 3단계 로드맵
내 용북 한 미 국
1단계핵 포기 선언(미국-중유 공급 재개, 인도적 식량지원 확대)인도적 식량지원 확대와 핵 해체 지원(북한-검증 가능한 핵 폐기와 NPT 복귀)
2단계핵시설 물질 동결과 사찰 허용(미국-북미불가침조약 체결, 전력손실 보상)북한 에너지 수요조사 착수 및 제공,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북한-핵 해체 시작)
3단계미사일 발사 및 수출 보류 중지(미국-북미 북일 외교관계 수립 지원)에너지 제공 본격 논의(북한-핵 완전 제거, 이후 핵 폐기 검증되면 관계 정상화를 위한 북한 안보 우려 해소, 미사일 문제 등 논의)
4단계핵 시설 해체(경수로 완공)

() 안은 양측이 서로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대응 행동.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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