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소장-중진 ‘물갈이 戰雲’…“60세이상 모두 물러나라”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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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젊은 토니 블레어만 얘기하나. 후진타오(胡錦濤·61) 중국 국가주석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61) 일본 총리는 왜 생각하지 않나.”

28일 한나라당 운영위원회의에서 장경우(張慶宇·61) 운영위원은 당내 소장파들이 제기한 ‘60세 이상 퇴진론’에 대해 이렇게 반발했다.

그의 발언이 상징하듯 한나라당 중진과 소장파간 갈등이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당내 세대간 갈등은 먼저 소장파 의원들에 의해 시작됐다.

초선의 원희룡(元喜龍) 기획위원장이 최근 한 인터넷 신문을 통해 “당내 60세 이상은 물러가라”고 주장했고 이어 원 위원장과 남경필(南景弼) 의원 등 미래연대 소속 소장파 의원들은 24일 모여 다음달 초 의원 연찬회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한 것이 발단이었다.

중진들은 발끈했다. 4선의 유흥수(柳興洙)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키 160cm 이하는 안 된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박했다.

양정규(梁正圭·6선) 김기배(金杞培·4선) 의원 등 중진모임 소속 의원 13명은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 모여 “원 위원장은 당내 분란을 일으킨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뒤늦게 이 모임에 참석한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특정 연령을 설정해놓고 그 이상은 용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용납할 수 없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반면 당 지도부에 비판적인 ‘국익우선연대’ 소속 초·재선 의원 11명은 이날 저녁에 긴급 회동해 세대 통합을 역설하면서도 ‘(서울) 강남 물갈이론’을 제기했다.

간사인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최 대표처럼 편한) 강남 지역구 의원들은 강북에서 출마해야 하고 최 대표가 전국구로 옮기면 ‘깽판’을 치고 엎어버리겠다”며 “철없는 젊은 사람들도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와 원 위원장 등 소장파 당직자들을 겨냥한 직격탄이었다. 이에 최 대표는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60세 퇴진론의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정책토론회에서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과거 박정희(朴正熙) 정권 초기와 유신 체제 출범 때, 또 전두환(全斗煥) 정권 초기에도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었다”며 “이제 한번 대폭 물갈이를 해야 할 때이고, 나이로 보아도 그렇다”고 주장해 ‘물갈이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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