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무회의 주-비주류 또 욕설 멱살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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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민주당은 28일 당무회의를 열어 당 진로 문제를 논의했으나 주류-비주류 일부 의원들간에 거친 욕설이 오가고 당직자들끼리 멱살잡이를 벌이는 구태를 연출했다.

▽이전투구=오전 8시 주류측 의원 20여명이 회의 시작 한 시간 전부터 회의장에 미리 들어왔다. 안건 통과 선포 권한을 가진 정대철(鄭大哲) 대표의 의사봉을 지키기 위해 의장 주변 좌석을 선점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들은 당무위원 42명의 서명을 받아 9월 21일까지 전당대회를 열어 ‘통합신당 창당의 건’을 처리하자는 내용의 요구서를 당 지도부에 제출한 상태. 그러나 비주류측 당무위원들과 당료들이 속속 입장해 좌석 배치를 둘러싼 시비가 일면서 회의장은 이내 육두문자가 섞인 고성으로 얼룩졌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당무회의 도중 회의의 공개 여부를 놓고 주류측 김태랑 의원(오른쪽)과 비주류측 유용태 의원(왼쪽)이 삿대질을 하며 언쟁을 벌이고 있다. -김경제기자

특히 정균환(鄭均桓) 총무와 유용태(劉容泰) 의원 등이 “역사의 현장을 봐야 한다. 당직자들 나가지 마라”며 공개회의를 거듭 주장하고 나서자,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이 벌떡 일어나 넥타이를 풀어 내렸다. 이어 유 의원에게 “내가 DJ 모시고 반독재투쟁할 때 한나라당에 빌붙어 있다 온 ×이 당의 정통성을 팔아먹느냐”고 윽박질렀고, 이어 정 총무에게도 “쌍×의 ××들, 정균환 정신차려” 등의 욕설을 쏟아내면서 양측의 감정싸움이 극에 달했다. 이후 “이 배신자. 조용히 해”(비주류측 당직자) “정균환, 그러지 말고 바르게 살아라”(김태랑), “회의 끝나고 너 나가지 마”(유용태), “김태랑, 너의 생명력도 끝났어”(정균환) 등의 설전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양윤녕 홍보국장과 박종윤 청년국장이 정 대표 앞에 무릎을 꿇고 “표결처리는 말아 달라”고 읍소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설전으로 끝난 비공개 회의=우여곡절 끝에 오전 10시반부터 가까스로 비공개 회의에 들어갔으나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 등 비주류측은 “신당 창당에 관한 문제를 표결 처리한 전례가 없다”며 표결 처리에 반대했고, 신기남(辛基南) 의원 등 주류측은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 부득이하게 표결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비주류측 최재승(崔在昇) 의원은 천용택(千容宅) 의원을 향해 “천 의원이 신당파 모임에서 안중근이 이등박문을 저격하는 심정으로 당무회의에 임하자고 했다는데, 누가 안중근이고 이등박문이냐”고 일갈을 가하기도 했고, 부인의 병 치료차 중국을 방문했던 비주류측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입국하자마자 회의장으로 달려오기도 했다.

오후 4시경 정 대표가 표결 불가피론을 펼치자, 김옥두(金玉斗) 의원이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 얘기를 꺼내며 “16대 총선 공로가 컸던 분이 구속됐다. 호남권에는 단 한 푼도 지원하지 못하고 수도권과 영남권에 다 지원했다. 표결할 테면 해봐라.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가 봐라”고 신당파측을 압박, 한때 비주류측이 ‘권노갑 리스트’를 공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김원기(金元基) 고문은 “최고 의결기구인 당무회의에서 협박한다고 위축될 사람이 있느냐”고 발끈했고, 김옥두 의원은 “권 전 고문에 대해 당에서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아 유감스럽다는 얘기를 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당무회의는 시작 12시간 만인 오후 9시에 “9월 4일까지 총선 승리를 위한 대타협을 모색한다”는 선에서 가까스로 봉합됐다. 그러나 회의장을 나오는 당무위원들은 한결같이 착잡한 표정이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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