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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20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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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신당파인 정동영(鄭東泳) 의원은 최근 신당추진 모임에서 고 성철 스님의 법어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신당 동력이 떨어진 것처럼 비치고 있지만, 그럴수록 의지를 더욱 다지고 당내 논의가 벽에 부딪힐 경우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한 측근은 20일 전했다.
신당 논의가 4개월 이상 지지부진하고, 막판 타협 가능성도 희미해지자 신당파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최근 몇몇 강경파를 중심으로 집단 탈당을 위해 세 규합 작업에 돌입했다는 징후까지 포착되는 등 긴박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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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탈당’론 왜 나왔나=신당파 내에서는 요즘 치열한 노선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대철(鄭大哲) 대표와 김원기(金元基) 고문 등 신당파 중진들은 “분당되면 다 죽는다”는 대전제를 내세워 비주류측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타협안을 모색해 왔고, 일부 의견 접근도 이룬 상태.
정 대표도 이날 고위 당직자회의에서 “양 세력간에 신당을 만들고 당명을 통합민주당으로 하자는 데까지 접근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최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비주류측 대표급 의원들의 만남을 주선해 그동안의 서운함을 풀어주는 이벤트까지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결국 장애가 중첩돼 있어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 대표도 “통합의 방법을 놓고 신설합당으로 할지, 흡수합당으로 할지 아직 의견접근이 안 되고 있다”며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파들은 “결국 주류-비주류간의 막후 타협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신당을 포기하고 주저앉느냐, 집단 탈당을 통해 애초 구상했던 신당을 실현시키느냐의 기로에 섰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나라당 탈당파 ‘5인방’ 등과 ‘신당연대’ 등이 ‘제3의 개혁신당’을 만들면 1000표 안팎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의 내년 총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을 것이라는 현실적 계산도 깔려 있다.
▽탈당 실현될까=강경파들 사이에서는 한때 당내 합의가 어려울 경우 몇 명이 당 밖에 신당을 만드는 ‘선도 탈당’론을 들고 나오기도 했으나, 이는 이미 물 건너간 분위기다. 비주류가 “굳이 신당을 하겠다면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 상황에서 몇 명만 탈당했다가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강경파 일부는 시간을 두고 세 규합을 통해 잔류 민주당 의석보다 많은 수의 의원이 탈당하면 민주당 지지층을 고스란히 가져오면서 정치개혁 바람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1차 목표인 50명선의 세 규합이 불가능할 경우 일단 교섭단체가 가능한 20여명선만 규합되더라도 탈당을 강행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 일각에선 “노무현 신당이나, 영남 신당을 만드는 게 아니라 통합신당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중도파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특히 김근태(金槿泰) 의원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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