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心은 공천 물갈이?…한나라 일부중진들 2선후퇴 가능성

  • 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46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오른쪽)가 1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신임 부대변인 22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오른쪽)가 1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신임 부대변인 22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 공천 ‘물갈이론’으로 뒤숭숭하다.

특히 6선 중진인 양정규(梁正圭) 의원이 최근 과감한 공천 물갈이의 필요성을 역설하자 당 안팎에서는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며 발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양 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 공천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경력이 있는 데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최 대표의 승리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

한 당직자는 “양 의원이 최 대표의 ‘의중’을 간파하고 먼저 운을 뗀 것이 아니겠느냐”며 최 대표가 당내 여건상 꺼내기 힘든 물갈이론을 그가 공론화하는 악역(惡役)을 자처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물론 최 대표는 물갈이에 대해 아직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17일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이미 당헌에 상향식 공천 제도가 명문화돼 있는 만큼 누가 의도를 갖고 물갈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내가 직접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물갈이론의 파문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기미다. 당내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과감한 현역 지구당위원장의 물갈이를 통한 인물교체가 수반돼야 한다는 명분론이 갈수록 힘을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양 의원은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물갈이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도덕성이나 당선 가능성이 돼야 한다”며 “1당을 지향한다면 과감한 물갈이는 절대 필요하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최 대표와의 사전 교감설은 부인했지만 “최 대표도 대폭적인 물갈이를 해야 하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누가 버티면 새 인물이 들어오기 어렵다는 고민을 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 대표도 최근 일부 당직자들과 만나서는 “물갈이는 해야 하지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공정한 틀을 만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선 일부 중진들이 후진을 위한 지역구 2선 후퇴의 용단을 내려 변화의 물꼬를 열 것이란 관측도 나돌고 있다.

아무튼 당내에서는 이제 공은 최 대표에게 넘어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복잡한 당내 이해관계를 풀어내야 할 최 대표의 ‘정치력’에 한나라당 ‘공천 실험’의 성패가 달렸다는 얘기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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