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盧, 블레어를 눈여겨보라”

  • 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34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제기한 일부 신문사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최근 낸 것과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18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부를 배우라고 충고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있었던 주요 언론의 비판 공세 같은 과거사에 사로잡혀 민주사회에서 언론이 수행해야 할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똑같은 사실을 보도하고도 (정부에) 덜 비판적인 신문은 이번 소송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이 신문은 지적하면서 이번 소송이 법률적 피해를 구제받는 이상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을 정확히 보도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였다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같이 덜 대립적인 과정을 택할 수 있었다는 것.

월스트리트 저널은 민주국가의 정치인들이 언론보도 내용에 설사 중대한 잘못이 있더라도 해당 언론을 상대로 한 소송을 피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서 노 대통령은 영국 블레어 정부의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레어 정부는 이라크 관련 문건이 과장 보도되는 바람에 곤경에 빠지고도 보도주체인 BBC방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신문은 블레어 정부가 싸워서 질 가능성이 높은 언론과 전쟁을 벌이는 대신 BBC방송이 잘못된 보도에 대해 스스로 고백할 수 있도록 문제가 된 보도 경위에 대한 독립적 조사가 이뤄지게 하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이 계속해서 다른 시급한 현안보다 언론과의 싸움에 우선 힘을 쏟는다면 이번 소송은 (대통령이) 민주체제를 존중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점을 한국 유권자에게 보여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연합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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