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취임 한달]對與관계-민생분리 유연

  • 입력 2003년 7월 25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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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25일 광주 동구 수기동 제일오피스텔에서 열린 전석홍 전남도지부장 취임식에 참석, 격려사를 하고 있다. 최 대표는 26일 취임 한달을 맞는다. -광주=연합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25일 광주 동구 수기동 제일오피스텔에서 열린 전석홍 전남도지부장 취임식에 참석, 격려사를 하고 있다. 최 대표는 26일 취임 한달을 맞는다. -광주=연합
‘포스트 이회창(李會昌)’ 체제를 연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26일로 취임 한달을 맞는다.

한 달 만에 섣부른 평가를 내리긴 어렵지만 최 대표 체제가 일단 당 안팎에 ‘변화’의 씨를 뿌렸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최 대표 체제의 대여 관계 기조는 과거 ‘무한투쟁’에서 다소 유연한 방향으로 선회했다.

특검법 처리와 대선자금 공개 문제 등에 대해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분명한 각을 세웠지만 추가경정예산안 같은 민생 현안 처리엔 여당과 공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의 야당 모습을 반성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정경분리와 경제우선을 외치는 최 대표의 ‘소신’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감세(減稅) 정책안을 밀어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내에선 과거 한나라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는 문제에 심혈을 기울였다. 원희룡(元喜龍) 오세훈(吳世勳) 박진(朴振) 의원 등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을 당직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인적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특검법 및 외국인 고용허가제 관련 법안 처리 과정에서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와 혼선을 일으켰고, 당내 세력간의 갈등도 여전해 최 대표의 당 장악력에 의문을 갖게 했다.

사실 당내 문제는 최 대표가 앞으로도 계속 씨름을 해야할 ‘난제(難題)’다.

당내 세력의 ‘새판짜기’가 당면 과제이지만 이 전 총재와의 관계 설정도 그렇고 대표 경선 후 비주류 진영의 소외감을 달래는 문제도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아직 당내 기반이 두꺼운 친(親) 이 전 총재 세력들은 그를 견제하는 듯한 최 대표의 움직임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 등은 당직 참여를 거부한 채 비주류의 길을 고수하고 있다.

최 대표가 어떤 정치력을 보이느냐에 따라 내연(內燃)하고 있는 당내 갈등이 ‘봉합과 치유’로 갈 수도 있고, ‘파열’로 치달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한 달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당이 특검 문제 때문에 흔들흔들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 당헌 당규가 근본적으로 바뀌어 새로 적응하는 데 불가피하게 시간이 필요했다”며 “이제부터 당을 개혁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특히 앞으로 총선 공천을 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물갈이를 바라는 국민적 기대와 현상 유지를 바라는 당내 의원들의 현격한 인식차를 조율해야 하는 과제는 최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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