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대선자금 특검이나 검찰서 철저 검증"

  • 입력 2003년 7월 21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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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1일 대선자금 논란과 관련, "대선자금 문제가 국민적 의혹으로 제기된 이상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고 여야 모두 투명하게 밝히고 가야 한다"며 대선잔여금을 포함한 2002년 대선자금 전모를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만으로는 부족하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절차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받아야 한다"면서 "수사권이 있는 기관이 조사하되 그 방식은 여야가 합의할 경우 특별검사도 좋고, 검찰도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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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공개 범위에 대해 "선관위에 신고된 법정 선거자금만이 아니라 각 당의 대선후보가 공식 확인된 시점 이후 사실상 대선에 쓰여진 정치자금과 정당의 활동자금 모두를 포함해야 하며 나아가 대선 잔여금이 얼마이며, 어떻게 처리했는지까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대선자금은 지출 뿐만 아니라 수입금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를 공개했을 때 경제계가 정치자금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국제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재계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다만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수사는 하되 자금을 제공한 기업이나 기업인은 철저히 비공개로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공개는 여야가 함께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공개한 쪽만 매도되고 정치개혁에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여야 모두 대선자금 공개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민주당의 책임있는 인사가 대선자금에 대해 한마디 실언한 것을 빌미로 야당은 정치공세를 펼치고 국민 신뢰는 땅에 떨어져 우리 스스로 이룩한 소중한 성과마저 부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정치개혁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없는 시대적 과제인만큼 정치권의 용기있는 결단과 국민 여러분의 협력이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대통령 회견 주요골자

(1)대선자금 공개 범위는 선관위에 신고된 법정선거자금만이 아니라, 각 당의 대선후보가 공식 확정된 시점 이후 사실상 대선에 쓰여진 정치자금과 정당의 활동자금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

(2)대선 잔여금이 얼마이며, 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까지 밝혀져야 한다.

(3)지출 뿐만 아니라 수입금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 재계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수사는 하되 자금을 제공한 기업이나 기업인은 철저히 비공개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4)공개와 함께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여야 합의한다면 특검도 좋고 검찰도 좋다. 다만, 수사권이 있는 기관에서 조사해야 한다.

(5)대선자금 공개는 여야가 함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개한 쪽만 매도되고 정치개혁에 아무 실효를 거둘 수 없다.

◆노대통령 회견 배경과 의미

노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에서 "대선자금이 국민적 의혹으로 제기된 이상 여야 모두 투명하게 밝히고 가야 한다"고 대선자금 공개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회견을 통해 직접 정치자금에 관한 견해를 밝힌 것은 1차적으로 15일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 등 참모들을 통한 대선자금 공개 제안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야가 동시에 대선자금을 공개하고 검증을 받자는 제안은 한나라당이 '물귀신 작전'이라고 비난하면서 즉각 거부하는 바람에 새로운 정쟁거리가 됐고, 시민단체에서는 '민주당이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서는 등 논란만 낳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면돌파'라는 의미까지 부여했던 청와대와 노 대통령으로서는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노대통령이 두 차례나 대선자금 공개와 이에 대한 사실상의 '수사'를 제안하고 나선 데는 향후 정치구상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정치개혁 입법이 추진되더라도 과거처럼 여야 정치권이 유리한 것만 수용하고 불리한 것은 피하는 양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대선자금 공개와 검증을 현실화해 정치권이 전면적인 '정치개혁'을 거역할 수 없는 국면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

노 대통령은 이같은 정치개혁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구 정치세력을 전면적으로 물갈이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참모들은 "노 대통령이 정치 신인의 진입장벽 해소 문제에 대단히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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