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국정원이 야당대표를 조사해?"

  • 입력 2003년 7월 14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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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감히, 원내 제1당 대표를 조사하겠다니…."

한나라당이 발끈했다. 국가정보원이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북한 핵 고폭실험 비밀보고서의 유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최병렬(崔秉烈) 대표 조사 방침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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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최 대표가 11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국정원이 북한 핵 고폭실험에 대해 국회 정보위에 낸 보고서를 읽어보니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더라"고 말한 대목을 문제삼았다. 국정원이 정보위에 제출한 보고서는 외부로 유출될 수 없는 기밀사항인 만큼 유출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정원의 조사 방침이 동아일보 보도로 전해진 14일 오전 최 대표는 기자에게 "북한이 고폭실험을 했다는 게 국가안보와 무슨 관련이 있으며 도대체 기밀이 되느냐"며 "당연히 국민들에겐 사실을 알렸어야 했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나를 조사해 잡아 넣을 작정이냐.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라며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 오전 최 대표가 주재한 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도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회의 후 박진(朴振) 대변인은 "정보 유출을 구실삼아 야당 대표를 조사하려는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민주당 정권하에서 국정원이 국가 안보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정권 유지를 위해 독점했다면 오히려 그 자체가 국정원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리는 범법행위라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나라당은 내심 이번 논란을 통해 북핵 문제의 주도권을 쥐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눈치다. 국정원이 사안의 핵심을 외면한 채 곁가지인 '정보 유출'로 몰아간다면 한나라당이 국민적 명분을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정원은 한나라당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 발 물러섰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은 조사권을 갖고 있지 않아 직접 조사할 수는 없고, 최 대표가 국정원 보고 문건을 갖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경위를 파악하려 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최 대표가 문건을 봤다면 회수해야 하겠지만 가공한 보고서를 봤다면 이와 관련된 의혹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이날 "한 의원이 정보위에 보고된 내용을 포함해 정보위에서 오간 문답내용을 간단히 정리한 리포트를 보내줘서 읽어봤다"고 밝히자 국정원도 나름대로 '화답'하는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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