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점 휴업’…당사밖서 私모임만 公黨기능 상실

  • 입력 2003년 7월 8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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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개점휴업 중’이다.

8일 민주당이 배포한 공식 일정표에도 ‘일정 없음’이라는 글씨만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그 대신 당사 밖에서는 두 개의 ‘당중당(黨中黨)’이 매일 따로 회의를 열며 세 규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주류측은 국회 귀빈식당에서 신당추진모임 운영위를 열고 이번주 내에 각 분과위원장의 보좌관들로 ‘임시 사무처’라고 할 수 있는 실무진을 구성하고 사무실도 구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신당 추진에 나섰다.

신당모임은 또 이달 말까지 각계 전문가 영입명단 50명을 발표한다는 목표 아래 외부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강봉균(康奉均) 배기운(裵奇雲) 송석찬(宋錫贊) 김명섭(金明燮) 의원 등 중도파로 분류됐던 의원 4명을 운영위 멤버로 추가해 중도파를 대상으로 한 세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주류측도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갖고 ‘당 해체 반대’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비주류측은 다음주 중 대전에서 ‘당 사수 공청회 및 결의대회’를 추진하는 한편 전당대회 소집 준비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두 개의 ‘사조직’이 따로 노는 바람에 민주당은 사실상 공당(公黨)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다. 이 때문에 이날 한나라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단독 처리한 대북 송금 특검법 수정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지도 못했고, 재경위에서 뜨거운 쟁점이 됐던 특소세법 폐지 또는 인하 문제에 대해 당론을 모을 엄두도 못 냈다.

당초 신당 문제는 김원기(金元基) 고문에게 맡기고 자신은 집권당 대표로서 산적한 국정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노력하겠다던 정대철(鄭大哲) 대표도 분당으로 치닫는 당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주말부터는 의원들을 만나는 데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정 대표는 8일에도 하루 종일 박상천(朴相千) 조순형(趙舜衡) 이협(李協) 김근태(金槿泰) 추미애(秋美愛) 의원 등 비주류-중도파 의원들과 릴레이 면담을 갖고 ‘통합신당 동참’을 호소했다.

민주당의 ‘한 지붕 두 가족’, 그것도 별로 친하지 않은 두 가족의 기형적 동거 형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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