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 질의서 파문 확산]野 "무자격 단체의 여론재판"

  • 입력 2003년 7월 2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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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이 주축이 된 네티즌 모임 ‘국민의 힘’이 ‘국회의원 바로알기 운동’을 벌이겠다며 여야 의원 8명에게 보낸 질의서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질의 항목 자체가 해당 의원들의 정치적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들로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질의는 해당의원들의 과거 행적, 부정부패 연루 혐의, 색깔론, 반민주적 활동 등에 집중돼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김용갑(金容甲) 정형근(鄭亨根) 홍준표(洪準杓) 의원에 대한 질의는 주로 색깔시비, 폭로정치, 부정부패 연루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이윤수(李允洙) 의원에게 보낸 질의서는 지난해 민주당 국민경선 당시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후보 사퇴압력을 가한 것은 반민주적 행태라고 지적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에게는 최근 여야 3당대표의 고급 룸살롱 술자리와 관련한 자질 문제, 자민련 이인제(李仁濟) 총재권한대행에게는 경선불복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단체가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이런 운동을 펼칠 자격이 있느냐”며 운동 추진 세력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또 “의혹 제기 차원에 불과한 질의서를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여론재판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대철 대표측은 “묻는 방식이 잘못된 게 많고 모든 의원들이 불쾌하게 생각하지만 해명의 기회도 된다고 판단해 성의있게 답변을 할 생각이다”고 말했고, 이인제 권한대행측은 “일반적인 시민단체가 아닌 특정의 정치적 입장을 가진 단체의 활동으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도 이 운동이 자칫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하고 특정 정치집단을 위해 악용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숭실대 강원택(康元澤·정치외교학) 교수는 “질의대상 의원을 정하는 기준이나 질의내용을 고를 때 자의적이어서는 곤란하다”며 “특히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평가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제성호(諸成鎬·법학) 교수는 “일반 국민들이 편견을 갖도록 정보를 왜곡하거나 조작한다면 타인의 권리를 훼손하는 것이며, 자유의 남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힘'이 보낸 질의서 주요 내용 미 답변 여부

질의 내용(질의 항목)답변 여부
김용갑(한나라당)-12·12와 5·18때 한 일과 군부정권 내 ‘황태자그룹’으로 분류된 경위 (군사독재)-“노무현 정권은 북한 노동당 2중대 1소대”라고 발언하면서도 정작 두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이유(색깔론)-“단 한 차례도 ‘황태자그룹’에 포함된 적이 없고 12·12 등과도 무관”-“이미 수 차례 해명된 것으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측이 안타까울 따름”(답변서 보냄)
박상천(민주당)-특검제에 대해 법무부장관 되기 전에는 특검제 도입을 주도했는데 장관 되고 나서 반대한 이유-골드뱅크 수사무마 청탁사건 연루 의혹(부정부패)-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답변할 예정
이윤수(민주당)-노무현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행위 등을 지적하며 “이러한 정치행보의 원칙은 무엇이었느냐”(반민주적 활동)-“국회 윤리특위에 제소된 막말 행동은 의회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것” (의원 자질 문제)-답변서 보내지 않을 예정
이인제(자민련)-신한국당에 이어 민주당을 탈당한 이유는(경선불복)-촛불시위 관련 “차가 있는 데서는 교통사고가 나게 돼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한 사죄 여부(비도덕적 망언)-답변서 보내지 않을 예정
정대철(민주당)-‘경성비리’ 사건에 대해 정당한 정치자금이라고 생각하는지(부정부패)-여야 3당 대표의 최근 고급술집 술판에 대한 입장(의원 자질)-답변서 보낼 예정
정형근(한나라당)-“노무현의 장인은 전향한 적 없는 골수좌익” 등의 발언에 대한 비판에 대한 입장(색깔공세)-서경원 의원 밀입북 사건 조사 과정에서의 가혹행위에 대한 입장(용공조작)-질의서 내용 검토 중
최병렬(한나라당)-90년 공보처 장관 시절 KBS 사태에 두 차례 공권력을 투입한 경위 (부적절한 권력행사)-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세풍) 관련에 대한 입장(부정부패) -질의서 내용 검토 중
홍준표(한나라당)-“모 대학 출신은 고등학교 조직보다 강고하다”는 발언 등 학벌 조장에 대한 입장(학벌 조장)-“선거 패배는 전라도 때문” 발언 경위(지역감정 조장)첫 질문은 질문 자체가 조잡함으로 대답할 가치가 없고, 두 번째 질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답변서 보냄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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