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모욕주고 나서는…”동교동계 ‘연장거부’ 시큰둥

  • 입력 2003년 6월 23일 2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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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2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북 송금 의혹사건 특검 수사기간 연장 거부 결정에 대해 침묵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비서진으로부터 특검 연장 거부 결정 내용을 보고 받았으나 듣기만 했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동교동계 의원은 “이미 특검 수사를 통해 햇볕정책에 상처를 줄대로 준 마당에 특검 연장 불허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햇볕정책과 김 전 대통령에게 잔뜩 모욕을 주고 나서 ‘특검은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는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동교동계 의원들은 김 전 대통령이 이날 침묵을 지킨 것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이미수차례 남북관계를 사법적 잣대로 다뤄선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면서 “그런데도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 핵심 측근들이 특검에 의해 구속된 상황에서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옥두(金玉斗) 의원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일보 직전까지 가고 박 전 실장 등 보좌했던 사람들을 다 잡아넣은 상황에서 특검 연장 거부를 고마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미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가 특검에 의해 상당히 훼손된 만큼 수사기간 연장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은 “민주당에서 노 대통령에게 수사기간 연장 불허를 요청한 것이 수용된 만큼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더 이상 특검 문제로 인해 주류-비주류간 갈등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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