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국정원 어찌할지 막막…와보니 잘돼가"

  • 입력 2003년 6월 2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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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0일 국가정보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키겠다. 내 임기 안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정원이 될 수 있도록 확실히 밀어 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국정원을 방문해 고영구(高泳耉) 국정원장에게서 업무보고를 받은 뒤 직원 170여명과 구내식당에서 오찬간담회를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정치사찰은 당연히 폐기될 것이며 갈등조정과 국정 일반을 위한 정보는 그 역량이 폐기되기에는 너무 아까운 만큼 과도기적으로 (계속)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국정원 직원은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집단”이라며 “여러분이 말 그대로 정보전문가, 프로페셔널이 돼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맨 처음 국정원을 쳐다보면서 골치가 아팠다. 나 같은 사람을 잡아다 혼도 냈던 곳이고 과거 정부에서는 정권에 봉사하다가 신뢰를 잃어버리고, 그래서 이 조직을 어떻게 할지 처음에는 막막했다”며 “지금 와 보니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직원들과의 질의 답변 과정에서 국정원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내가 사법연수원에 있을 때 산업시찰을 하는데 국정원 직원이 주선하는 것을 보고 ‘판검사보다 세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민변 시절엔 장세동(張世東) 안기부장을 상대로 소송하려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주소가 없어 ‘국정원 끗발이 세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 일일보고서를 받아보느냐’는 질문에는 “책임 있는 참모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개혁은 자기 살을 도려내는 것이고 불편한 것이다. 정권이 국정원에 대해 지금 묻지도 않고 요구하지도 않아서 여러분이 불안해 할지 모르지만 정권을 위한 국정원 시대는 이제 끝내 달라는 게 나의 뜻이다”며 국정원의 환골탈태를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원훈석(院訓石) 앞에 50년생 소나무 한 그루를 기념식수하고 ‘국민의 국정원으로’라는 문구가 새겨진 표석을 세웠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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