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北정권 사스 다루듯 해야" 美상무부 관리 주장

  • 입력 2003년 6월 12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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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아리고니 미국 국방정보국(DIA) 동아시아국장은 12일 “주한미군의 개편은 어쩔 수 없이 미군 수의 축소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고니 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미관계협의회’(공동의장 유재건 민주당 의원·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 대사)의 창립식을 겸한 비공개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발표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80년대 말 수립된 동아시아전략구상(EASI) 계획은 주한미군을 최종적으로 1만∼1만5000명 감축하는 내용이었지만 현상황에선 얼마나 많은 감축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윌리엄 브라운 미 상무부 동아시아담당관은 “북한같이 내부적으로 시스템이 병든 국가와 상대하려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같은 전염병을 다루듯 해야 한다”며 “사스의 경우 감염자를 치료하는 사람도 옮을 수 있는데 현재 한국은 북한 때문에 감염 가능성이 극히 높은 것 같다. 한국 정부는 북한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사기업과 함께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수억달러를 건네줬다는 입증되지 않은 주장 때문에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불안해졌고 한국 경제의 개혁의지까지 의심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존 메릴 미 국무부 정보국 동북아실장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미국이 북한정권을 교체하길 원한다는 생각은 오해”라며 “미국은 정권교체가 아닌 정권행태(regime behavior)를 바꿔 북한이 국제사회에 협조적인 일원이 되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메릴 실장은 특히 “우리는 북한이 당연한 국제적 의무(핵 포기)를 이행하는 데 대해 어떤 보상도 할 생각이 없으나 북한이 (먼저) 핵개발을 중단하면 미사일과 테러, 인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국과 대화하자는 북한의 ‘대담한 제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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