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는 이 자리에서 정치현안에 대해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함축적 표현으로 심경을 피력했다.
DJ는 먼저 정 대표의 선친인 정일형(鄭一亨) 박사와의 인연을 화제삼으며 “민주당은 자유당 때부터 해공 신익희(海公 申翼熙), 유석 조병옥(維石 趙炳玉), 박순천(朴順天) 장면(張勉) 정일형으로 여기까지 이어져왔다.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통야당에 뿌리를 두고 50여년을 이어져온 민주당에 대한 애착을 피력한 말이었다.
DJ는 또 “일본 사람의 행동규범은 의리이지만 한국 사람은 명분이다. 다나카(田中) 전 일본 총리가 록히드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오히려 다나카파가 늘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문제가 생기면 ‘명분이 안되는데 어떻게 따르느냐’며 이탈한다”고 말했다. 친노세력의 신당추진 움직임에 대한 복잡한 소회를 피력한 것으로 들렸다.
DJ는 대화 끝에 갑자기 “한(恨)은 복수로 풀리는 것이 아니라 소원을 달성할 때 풀린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잘사는 나라를 만들 때 한이 풀릴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이 말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주는 충고가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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