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王수석' 바뀌나…문재인수석, 비판여론에 '몸사리기'

입력 2003-06-03 19:02수정 2009-09-29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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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정수석
‘왕 수석’으로 불리는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조흥은행 민영화 관련 노정(勞政)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초 이 행사는 조흥은행 노조 파업을 막기 위해 문 수석이 노조에 제안해 성사된 것이지만 ‘민정수석이 너무 나선다’는 청와대 안팎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막판에 본인이 참석을 고사했다. 결국 각종 현안에 ‘해결사’ 역할을 해온 문 수석의 불참으로 토론회는 ‘매각 계속’이라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청와대 한 비서관은 “조흥은행 매각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민정수석실과 정책실간의 힘겨루기에서 정책실이 이긴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청와대 내에서 문 수석에 대한 견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노 대통령의 측근세력과 관료세력간에 미묘한 권력투쟁의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정우 정책실장

그동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배경으로 각종 현안을 도맡아 처리해온 문 수석은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청와대 386 핵심참모들과도 이념적인 성향이 부합되는 운동권 출신. 따라서 그의 행보는 곧 대통령의 의중(意中)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관료 출신들은 “노동현안이라는 이유로 민정수석이 정책문제에까지 간여하면 국정운영 시스템이 망가진다”며 문 수석의 ‘해결사’ 역할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 비서관들은 “문 수석의 독주를 막으려면 비서실 업무조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서진간의 ‘힘의 균형’이 깨지자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도 “참여정부에 2인자는 없다. 시스템만이 2인자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문 실장은 그러면서도 “이달부터 정책실장이 그 역할을 맡을 것이다”며 이정우(李廷雨) 실장을 거론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책현안을 관료 출신인 권오규(權五奎) 정책수석에게 맡기고 자신은 대통령 국정과제 등 큰 그림만 챙기는 이 실장의 업무 스타일로 볼 때 그가 전면에 나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관료 출신들은 “이 실장이 중심을 잡아줘야 문 수석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며 386 참모들과 일정 거리를 두고 있는 이 실장의 부상을 기대하는 눈치다.

청와대의 수석 서열은 현재 정무수석-정책수석-민정수석 순으로 직제 상으로는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이 ‘왕 수석’에 해당된다. 노 대통령은 당초 유 수석에게 노동현안을 맡기려고 했으나 유 수석이 신당문제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극구 고사하는 바람에 문 수석 몫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YS 정부 때는 정무수석이 ‘왕수석’ 역할을 했고 DJ 정부에서는 정책수석이 서열 1위였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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