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2인자는 누구]文실장일까… 文수석일까

  • 입력 2003년 5월 27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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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청와대 2인자가 누구야.”

청와대 안팎에서 최근 노무현(盧武鉉) 정권의 ‘실세 2인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이런저런 관측성 논의가 무성하다.

물론 청와대 2인자는 대통령비서실 직제상 당연히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이다. 하지만 문 실장의 입지는 과거 정권의 비서실장에 비하면 두드러지게 줄어들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문 실장은 그동안 주요 국정현안의 해결과정에서 목소리나 동선(動線)이 전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몸을 낮추어 왔다.

문 실장은 현안이 산적한 와중에 신임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23일 출국함으로써 “제 자리를 못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비서관 사이에서는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이 단연 2인자로 꼽힌다. 문 수석이 새 정부 출범과정에서 장차관 인사검증을 주도하면서 사실상 인사권을 행사했고, 사회적인 갈등 현안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또 첨예한 갈등 현장을 찾아다니며 대통령의 의중(意中)을 전달하고 있으며 화물연대 파업과 전교조의 연가(年暇)투쟁의 와중에서 ‘막후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수석의 퇴근 시간은 청와대 4명 수석 중에서 가장 늦어 항상 오후 11시를 넘기기 일쑤다. 덩달아 민정수석실 직원들도 공휴일과 일요일이 없다. 이로 인한 과로 때문에 문 수석은 최근 가뜩이나 약한 치아가 상해 이를 6개나 뽑았다는 후문이다. 실제 문 수석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은 절대적이어서 최근 단행한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민정수석실은 한군데도 ‘칼질’을 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문 수석의 독주는 청와대 내에서조차 특정 라인에 의한 ‘인치(人治)’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한 비서관은 “만약 문 수석이 청와대를 떠나면 대통령이 누구에게 그 일을 시킬지 모르겠다”며 “특정인이나 라인에 의존하는 갈등해결 방식은 결국 시스템 부재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물론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은 “지난 정권에 분야별로 있던 8개 수석자리가 4개 수석체제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문희상 실장 자신이 최근 강조한 것처럼 ‘시스템이 청와대의 2인자’가 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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