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신용리 임야 8700평 매매과정 의혹

  • 입력 2003년 5월 27일 18시 31분


코멘트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실소유주가 누구인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경남 김해시 진영읍 신용리 산 4 일대를 한 마을주민이 가리키고 있다. -김해〓강정훈기자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실소유주가 누구인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경남 김해시 진영읍 신용리 산 4 일대를 한 마을주민이 가리키고 있다. -김해〓강정훈기자
‘김해시 진영읍 신용리 8700여평 임야의 실소유자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라는 계약당사자 김기호(金基浩·77)씨의 증언 녹취록이 공개됨에 따라(본보 27일자 A1면) 갖가지 의문점들이 뒤따르고 있다.

녹취록 내용 가운데 △노 대통령이 미리 진영공단개발정보를 알고 땅 매입을 시도했는지 여부 △실제 매매는 94년 봄에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서를 96년에 작성한 점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이인제(李仁濟) 의원측이 이 땅의 매매과정을 알기 위해 김기호씨에게 접근한 이유 등이 풀어야 할 의혹들이다.

▽공단개발정보 사전 입수여부=김씨는 녹취록에서 “노무현이 중앙에서 정보를… 이 땅에 진영공업단지를 만들기로 결정돼 자신의 형 보고 땅을 사라고 명령을 했다”며 “1년 뒤 (계약을) 물러달라 했는데 이유는 이 공업단지가 이 땅으로부터 1500m 남쪽으로 비켜갔기 때문”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김씨의 주장대로라면 노 대통령은 공단 개발정보를 미리 알아내 친형인 건평(健平)씨를 시켜 땅 구입을 한 것이 된다.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문제가 되고 있는 건평씨 소유의 부동산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구입됐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부동산중개업자 이모씨는 “80년대 말부터 이 땅 인근에 공단이 조성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 적이 있었다”며 “공단조성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96년 땅을 구입했을 것이란 얘기는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해시는 95년 3월부터 진영읍 본산리 본산 마을 19만6000여평에 토지구획정리 방식으로 본산 준공업단지를 조성, 현재 90여개의 공장이 입주해 있다.

또 이 임야는 진영읍에서 국도 14호선을 따라 김해시내 쪽으로 5분 거리의 왼쪽 평야지대에 있는 능선 중 가장 높은 곳(해발 100m 전후)의 양지마을 쪽으로 임야의 가치는 크지 않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다.

양지마을 주민들은 “바위산에다 경사가 급해 감나무 등 과수농사를 짓기에도 적합한 곳이 아니다”면서 “석산으로 개발하려 해도 앞의 철로 때문에 개발비용이 너무 커 아무나 손댈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자 이씨는 96년 무렵의 매매가격에 대해 “당시 신용리 임야의 평당 가격은 2만원 선으로 매매가격은 2억원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건평씨가 지난해 ‘집안 사람(백승택씨 지칭) 소유인데 신용리 산 4번지를 좀 팔아 줄 수 있느냐’는 말을 한 기억이 난다”며 “매물로 내놔도 쓰임새가 많지 않아 쉽게 팔리기는 어려운 산”이라고 전했다.

▽왜 계약서가 실제 매매보다 2년여 늦게 작성됐나=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94년 초여름 건평씨를 만나 땅 매매를 했다. 김씨는 당시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96년 1월 부동산중개업자 이모씨의 요청으로 뒤늦게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매입자는 건평씨와 가까운 사이인 ‘백승택’으로 되어 있었다.

김씨는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노무현이나 건평씨에게 판 땅이 아니다. 백승택을 직접 만나 백승택에게 팔았다”면서 “백승택으로 이전등기가 늦춰진 것은 그쪽 사정이라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 땅의 거래를 담당한 부동산중개업자 이씨는 “내가 백승택씨를 김기호씨에게 데리고 가 거래를 했다”며 이전등기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선 “나도 잘 모른다. 돈이나 이런 것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는가”라고 답변했다.

녹취록에는 계약서 작성이 늦어진 점에 대한 설명이 없다. 다만 2억5000만원의 거래가 계약서 없이 이뤄졌다는 것은 김씨와 건평씨가 ‘평소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한나라당은 보고 있다.

▽이인제 의원측이 김씨에게 접근한 이유=김씨는 녹취록에서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무렵 이 의원측 특보가 전화를 걸어와 땅 판 내용에 대해 말해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측은 경선 당시 실제로 건평씨의 진영 땅 의혹과 관련, 정보 수집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인제 후보 캠프에 있었던 한 특보는 “광주 경선(3월 16일) 직후부터 노무현 후보의 부동산 관련 의혹에 대한 제보가 빗발치기 시작했다”면서 “현지 조사를 벌여 상당한 입증 자료를 모으기도 했으나 이 후보가 경선을 중도에 포기함에 따라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건평씨가 매입한 진영 땅의 실제소유자는 노 후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김기호씨와의 접촉 여부나 개발 이익을 노린 매매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김해=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