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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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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형 건평(健平)씨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신용리의 임야를 제3자의 이름을 빌려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당시 계약당사자의 증언을 통해 26일 제기됐다.
김해 국제컨트리클럽 회장인 김기호씨(77)는 지난해 11월 29일 한나라당사를 방문, 당직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94년 봄 건평씨에게 진영읍 신용리 임야 8700여평을 팔았다. 이 땅의 실제 소유자는 노무현”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 땅의 등기부상 소유주는 건평씨와 가까운 백승택씨(45·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거주)로 건평씨가 99년 설립한 자본금 2억원의 정원토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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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선 당시 두 명의 당직자가 1시간가량 계속된 김씨와의 대화 내용을 녹음했고, 이달 23일 서울 강남의 S속기사무소에서 녹취록을 만들었다.
26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땅의 실제 소유자는 노건평인데, 명의만 백승택으로 해놓은 것 아니냐”는 당직자의 질문에 김씨는 “그렇지. 실제 소유자는 노무현이지”라며 “이 사람(건평씨)은 아무것도 안 하고 노무현의 재산 다 갖고 있는 사람이다. 건평씨가 선산을 한다고 해서 (이 땅을) 팔았다”라고 증언했다.
김씨는 이어 “(땅을) 팔 당시에 백승택은 서른아홉살 먹은 농사짓는 사람이었다”며 “2억5000만원이나 주고 살 능력도 없고, 살 생각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계약서상의 매매가는 2800만원으로 돼 있다.
김씨는 또 “95년 봄에, (부산시장) 선거 전에 부산일보 1층 커피숍에서 노무현과 건평씨를 1시간 반 동안 만났는데 (시장선거에 나갈 예정인) 노무현이가 날 보고 ‘돈도 없는데 그 산을 물러 달라’고 부탁했다”며 “(그때) 돈이 없는 걸 어떻게 물러주느냐고 했고, 안 물러줬지”라고 했다.
김씨는 이어 “부산시장 선거 후인 96년 계약서 작성을 위해 중개소에 도장을 건네줬더니 듣지도 보지도 못한 백승택으로 등기가 돼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씨는 2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건평씨나 노 대통령에게 땅을 팔지 않았고 백승택에게 팔았다”며 “한나라당 당사는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으나 녹취록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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