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訪美]"미국이 한국 도와줘야" 다섯차례 반복

  • 입력 2003년 5월 1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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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13일(한국시간) 뉴욕의 피에르 호텔에서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원들과 만찬을 함께 하고 있다. -뉴욕=김경제기자
미국을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13일(한국시간) 뉴욕의 피에르 호텔에서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원들과 만찬을 함께 하고 있다. -뉴욕=김경제기자
미국 방문 이틀째인 13일에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하루 종일 미국측과의 ‘코드 맞추기’에 전력투구했다.

그는 뉴욕 피에르 호텔에서 가진 미국내 친한(親韓) 인사 모임인 ‘코리아 소사이어티’(회장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 초청 연설 말미에 “미국과 여러분이 한국을 도와줘야 한다”는 말을 다섯 차례나 반복해 강조했다.

또 연설 도중 “제가 여러 차례 같은 약속을 반복해도 아직도 저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다시 이 자리에서 아주 간단하게 표현해보겠다”며 “만약 53년 전 미국이 우리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한국인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몸을 너무 낮추는 것 같아 오히려 안쓰러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미국 참석자들은 25분가량 진행된 연설(통역시간 포함) 도중 10여 차례나 박수를 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5년 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미국을 다녀간 뒤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저도 이번에 미국을 다녀가면 북핵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사관계 문제에 대해 “대화와 타협은 법과 원칙이 지켜질 때 보장된다. 대화와 타협 못지않게 법과 원칙을 지켜내는 게 중요하다. 2, 3년 안에 이 같은 노사관계 문화를 종합적으로 바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만찬 연설에는 토머스 폴리 전 미 하원의장, 로버트 루빈 시티그룹 회장, 아서 라이언 프루덴셜 회장, 피터 피터슨 미국외교협회장 등 각계 인사 700여명이 참석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의 면담에서도 “우리에게 한미관계는 중요한 것 그 이상이다.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루이스 거스너 칼라일 그룹 회장, 존 루더펄드 무디스 사장, 프랭크 위스너 AIG 부회장 등 뉴욕 금융계 주요인사 11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개방, 규제완화,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을 병행 추진해 나가겠다”며 4대 경제운용 원칙을 제시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12일 오후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 딕 그라소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내가 재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방미에 우리 경제계의 가장 대표적인 기업가 등 35명이 함께 와서 돕고 있다. 이는 곧 정부와 재계가 협력해 미국 투자자들에게 안도할 수 있도록 하는 증거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노 대통령의 방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대기업 총수들은 13일 ‘코리아 소사이어티’ 만찬 행사 성공을 위해 1인당 2만5000∼4만달러의 후원금을 냈다. 특히 이건희(李健熙) 삼성전자 회장은 노 대통령의 인텔사 회장 면담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만찬 행사 환영사에서 노 대통령을 “21세기 한국의 비전이자 희망”이라고 소개했고 노 대통령은 “각별히 저를 소개해준 이건희 회장께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뉴욕=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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