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中-日 긴박한 北核조율]'대화+압박' 공감대 넓히기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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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 왕이(王毅) 부부장이 10일 비공개리에 방한해 우리 정부와 북핵 문제 해법을 긴급히 조율한 뒤 11일 일본으로 떠났다. 중국 정부의 북핵 문제 실무책임자인 왕 부부장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방미 출국 하루 전에 방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왕 부부장은 미국 일본 정부와는 달리 북한에 대한 압박 분위기를 조성하기보다는 북한의 핵 포기와 대북 안전보장 문제를 동시에 타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최근 미국에서 제기되는 대북 압박 주장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북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후속 3자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도 최근 고위인사를 서울로 보내 우리 정부와 북핵 문제를 조율하는 등 노 대통령의 방미 및 한미 정상회담(현지시간 14일), 미일 정상회담(22일)을 앞두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 미 일 중의 움직임이 급박해지고 있다.

일본 및 중국과의 정책조율은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번 조율에서는 북한의 핵물질 수출봉쇄 등 대북 압박 방안도 거론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처음 감지된 것은 9일 서울에서 진행된 한일간의 협의 과정이었다. 일본 외무성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심의관과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아주국장은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북핵 문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조치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은 북핵 문제에 대한 분명한 우려 및 비핵화에 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며 “일본은 또 북핵 사태의 전개 과정에 따라 국제사회가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한 미 일 3국간 공조를 통해 협의하자고 제의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미 당국자들로부터 대북 압박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언급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북한의 핵 재처리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병행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 일 중 4국 모두는 북한이 더 이상의 부정적인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금지선(red line)’을 넘을 경우 공동의 ‘압박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 대응 방안은 한미 정상회담과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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