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외교해결 낙관 어렵다" 정부내 신중론 제기

  • 입력 2003년 4월 29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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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낙관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이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중국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관한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를 제시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이 이를 수용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29일 “북측 제안에 대한 미국의 첫 반응이 부정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미 국무부가 백악관 국방부 등과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하겠지만 미국이 북측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3자회담을 유용하다고 평가한 것은 북측 제안이 긍정적이어서가 아니라 이라크전을 치른 미국의 여건이 당장 북한에 제재를 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대화 채널을 열어 놓으려는 것일 뿐 북측 제안을 토대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석은 북한이 제시했다는 단계적 해법이 △중유 제공 △불가침 확약 △관계 정상화 등의 조치를 취하고 난 뒤 마지막 단계에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겠다는 것이어서 일방적으로 북측에 유리하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먼저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을 폐기해야 경제지원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며 북한측에 선(先) 핵 폐기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또 북한이 밝힌 핵 포기 방침에 제네바합의에 따라 동결했던 플루토늄 프로그램 외에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지난해 10월 시인)과 베이징 회담에서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핵무기까지가 포함되는지 분명치 않은 것도 문제다.

베이징 3자회담을 끝낸 뒤 25일 방한했던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부터 베이징 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들은 외교부 관계자들이 북측 제안에 ‘새로운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선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불가침을 확약받고, 핵무기도 보유하려 드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청와대는 북측 제의에 대해 외교부보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시인으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는 등 경제에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며 “북측의 제안을 일단 전향적으로 평가하고 어렵더라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차가 청와대측이 대국적 견지에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것 때문인지, 혹은 외교부가 과거의 경험에 입각해 대북 협상을 비관적으로 전망하기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외교부가 시각차를 보이는 이유와 관계없이 정부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해 혼선 없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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