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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8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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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보호자 없이 중국으로 탈북한 어린이는 1만여명. 이중 성공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어린이는 약 100명에 불과하다. 1998년 중국으로 넘어간 H군은 종교 단체의 도움으로 5개월간을 숨어 지냈다. 겨우 위조여권을 만들어 대만을 경유, 서울에 들어왔다. 총 19개월간 4차례나 목숨을 건 불법 월경을 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에 대한 이들의 기억은 무섭다. 이 보호 시설의 유일한 여성인 S양(19)은 11세 때 ‘구경’한 공개 처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가혹 행위가 아니더라도 삶은 열악하다. 영양 결핍 때문에 7세를 기준으로 북한 어린이는 남한 어린이보다 키가 약 12㎝ 작다.
그러나 한국도 이들에게 ‘행복한 세상’만은 아니다. 북한 억양은 거의 외국어나 다름없어, 서울말을 가장 잘하는 S양이 ‘통역’을 해야 할 정도다. 취직이 되는 곳은 주유소나 패스트푸드점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얼마 전에는 주유소에서 일하던 19세의 탈북자가 술에 취해 오토바이를 타고 공중전화박스에 돌진, 사망했다. ‘죽을 고생’을 하고 북한을 탈출했으나 결국 남한에서 목숨을 잃고 만 것. 이들은 한국에서의 생활이 ‘다른 행성에 간 외계인 같다’고 말한다.
이들은 여전히 ‘조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패터니티씨에게 “미국인 같지 않아 보인다”는 ‘칭찬’을 건네기도 했다. 여중생 추모 시위에 참가한 적이 있다는 S양은 “북한인으로서 참가한 것이냐, 남한인으로서 참가한 것이냐”고 묻자 “둘 다”라고 답했다.
탈북자는 1995년 북한의 대홍수 이후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남한으로 들어온 탈북자는 1200여명. 현재 중국에는 약 20만명의 탈북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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