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도 黨政도 꽉 막혔다…정치권 '대화창구 不在' 우려

  • 입력 2003년 4월 27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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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간 당정간 이견을 조율하고 설득할 채널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못하다는 정치권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 후보 임명을 둘러싼 청와대와 국회의 충돌이 여야 관계의 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도 여야 및 당정간 의사소통 창구의 단절에서 비롯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하는 의원이 많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7일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정무수석비서관이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측 인사와도 만나 깊은 속내를 들어보고 필요하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만났던 이 중진은 “서로 제 갈 길만 가겠다는 식은 정치가 없는 것이자 포기한 것이다. 여야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결국 집권자의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유 수석에게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참여정부가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와의 긴밀한 협의관계가 중요하다”며 “청와대와 국회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선 정무장관직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앞서 이라크전 파병안 처리를 놓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파병반대 의원들을 상대로 국익 차원의 불가피성을 진지하게 설득하는 노력이 충분치 못했던 점과 당정간 협의도 마지못해 당의 의견을 청취하는 수준으로 전락한 점을 들어 협의 채널에 불만을 토로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시절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한나라당 강인섭(姜仁燮) 의원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여소야대에서 공화당 의원들을 적극 설득해 법안을 통과시킨 예가 많다. 노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과 적극 대화하겠다고 말해 기대를 했으나 실제로 이를 실현시킬 참모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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