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 국정원장 25일 임명]民主 '고영구 청문회' 내분

  • 입력 2003년 4월 24일 18시 48분


국회 정보위원회가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해 ‘부적절’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채택한 것을 계기로 민주당의 내홍(內訌)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신주류측이 24일 당 소속 정보위원들을 향해 “매카시즘적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나서자 정보위원들은 “국민여론을 알고나 하는 소리냐”며 발끈했다.

▽이념 갈등 불거지나=이날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신주류측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정보위원들을 공격하고 나섰다.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고 후보자를) 냉전적 잣대로 평가한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고 김희선(金希宣) 의원은 “그런 식으로는 ‘노 코드’(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에 맞춰가지 못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신기남(辛基南) 의원 등 28명은 공동성명서를 내고 “냉전적 시각으로 사상검증을 시도한 일부 의원의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변화된 남북관계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과거 반공투사의 자세를 요구한다면 국정원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장 출신으로 정보위원인 천용택(千容宅) 의원은 “남북대화가 진전돼 남북간 벽을 허무는 마지막 단계에서도 국정원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을 찾아내 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매카시즘’이라고 한다니 어이없다”고 흥분했다.

김덕규(金德圭) 정보위원장은 “나 역시 보안법과 내란음모죄로 고문당하고 나온 사람이다. 어디다 대고 보수라고 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정보위 간사인 함승희(咸承熙) 의원도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이나 청문회 기간에 걸려온 100여건의 전화는 하나 같이 격려하는 내용이었다”고 반박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신구 주류간의 주도권 다툼과도 일정 부분 맞물려 있어 정계 개편의 촉매제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정보위원 교체 논란=이 사무총장은 이날 “우리 당 정보위원들이 당의 입장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정보위원들이 보수파 일색이다. 적절한 시기에 교체해야 한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정보위원들이 일제히 “누가 누구를 교체하느냐”고 반발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당에서 한번도 의견을 얘기하거나 당론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고 함 의원은 “툭하면 당을 거론하는데 자기가(총장이) 당이냐”며 흥분했다.

한편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인사청문회의 취지가 무엇이냐. 대통령의 인사를 검증하고 견제하자는 것 아니냐”면서 “여야 합의를 통해 ‘적절’ 또는 ‘부적절’ 의견을 안 낸다면 청문회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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