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마침내 문 열린 ‘청남대’

  • 입력 2003년 4월 1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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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취임 직후 충북 청원군 문의마을에 있는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 양길승(梁吉承) 제1부속실장을 보냈다. 자신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청남대 개방을 확정 발표하기 전에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현지를 답사하고 온 양 실장은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직접 가보니 별장 하나만 덜렁 있고 생각만큼 호화스럽지도 않습니다. 개방을 하더라도 관광자원으로서는 별 의미가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미 대선 때 내가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약속한 사안”이라며 청남대 개방을 공식 발표토록 지시했다.

11일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에게 청남대를 개방했다. 기자가 본 청남대도 머릿속에 그렸던 ‘대통령 별장’과는 많이 달랐다. 대통령이 여름휴가 때 한두 차례 묵고 가는 본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연건평 975평짜리 건물이었다. 지하에는 당구장이 있고 1, 2층에는 침실이 5개씩 총 10개가 있었다. 거동이 불편했던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위해 별도로 만든 엘리베이터가 눈에 띌 뿐 별다른 내부 장식물도 없었다. 소문처럼 집기가 호사스럽지도 않았다. 9홀짜리로 알려진 골프장도 실제로는 최장거리가 360미터인 홀이 1개 있을 뿐 방향을 달리해 9군데에서 칠 수 있도록 한 미니 골프장이었다.

청남대를 관리하기 위해 300명이나 되는 경비대가 지키고 있다는 사실도 현장에 가서야 처음 알았다. 엄중한 경호경비 등으로 인해 대청호반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관광지 개발이 제한돼 온 현지 주민들로서는 청남대 개방이 숙원사업일 수밖에 없었음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노 대통령은 17일 하룻밤을 청남대에서 자고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청남대를 22일부터 지역주민에게 돌려준다. 한 주민은 “대통령이 이번처럼 앞으로도 국민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로 국정을 운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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