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염동연씨에 거액 전달]2억5천만원 뇌물 여부 초점

  • 입력 2003년 4월 5일 0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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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종금의 대주주인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측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에게 돈을 줬다고 시인함에 따라 파장이 일고 있다.

안희정(安熙正)씨와 염동연(廉東淵)씨는 지난해 12월 대선 당시 공적자금을 수혈 받은 나라종금에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터무니없는 정치 공세”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그러나 4일 검찰 수사가 재개된 상황에서 김 전 회장측 변호사가 “최근 소환된 김 전 회장이 ‘99년 6월과 8월 안씨 및 염씨에게 각각 2억원과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며 종전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어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 역시 최근 공적자금 3차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전 회장이 돈 준 사실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안씨와 염씨를 불러 면죄부를 주는 해명성 수사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이 사건은 ‘나라종금 게이트’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김 전 회장측은 돈을 준 명목과 관련해 “아무런 청탁이나 대가없이 전달한 것”이라며 범죄 혐의가 없음을 강조했다.

안씨에게는 생수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김 전 회장의 동생이 투자 차원에서 2억원을 전달했고 염씨에게는 평소 친분 관계가 깊던 김 전 회장이 용돈 명목으로 개인 자금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것.

그러나 김 전 회장이 공무원도 아닌 민간인 신분인 안씨와 염씨에게 회사 돈도 아닌 개인 자금을 과연 순수하게 ‘투자’ 또는 ‘증여’ 목적으로 준 돈인지는 의문점이 많다.

결국 이 수사의 성패는 검찰이 안씨와 염씨의 돈 받은 명목을 찾아내고 이를 뒷받침할 관련 물증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앞서 김 전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했던 최모씨는 지난해 6월 검찰 조사에서 “99년 6월 강남 N호텔 지하주차장에서 안씨에게 현금 2억원을, 같은 해 8월 염씨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측이 안씨와 염씨에게 돈을 준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검찰은 지난해 ‘부실 또는 축소 은폐’ 수사 의혹을 면키 어렵게 됐다.

김 전 회장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동생이 안씨에게서 영수증을 받은 사실 등 기초적인 사실 관계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은 “지난해 6월 검찰 수사 당시 염씨에게 용돈을 준 사실을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안다”고 밝혀 검찰이 노 대통령의 측근이 돈 받은 사실을 알고도 덮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들의 금품수수 의혹 외에 김 전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230억원 사용처’에 대한 진상도 재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검찰은 비자금 230억원은 대부분 주식투자에 쓰였다고 밝혔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비자금의 사용처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나라종금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칼끝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여권의 H씨와 P씨 등 실세 정치인의 연루 여부도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안희정-염동연 누구인가

▼386세대 盧 최측근▼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이광재 대통령국정상황실장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386’세대 최측근으로 꼽힌다. 94년 초부터 노 대통령의 보좌진으로 일해왔고 99년 6월경부터 노 대통령이 지급 보증을 섰던 생수공장의 판매회사 대표로 가 있기도 했다. 2000년 11월부터 다시 노 대통령의 캠프에 합류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후보 비서실 정무팀장으로 일하며 비서실 살림살이를 도맡았으며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직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 민주당에서 현 직책을 맡아왔다. 최근 대선 직후 친구들로부터 중형차를 선물받은 사실이 알려졌으나 줄곧 부인하다 결국 공개 사과하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내년 17대 총선 때 고향인 충남 논산에서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盧대선캠프 핵심 멤버▼

▽염동연 민주당 인사위원=90년대 중반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이 이끌던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사무총장으로 활약하며 동교동계로 정치생활을 시작했으나 2000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후보 경선 캠프인 ‘자치경영연구원’ 사무총장으로 합류하면서 측근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앞서 93년 통합민주당 경선 당시 연청조직을 동원해 노 대통령을 돕기도 했다.

그는 노 캠프에 공식 합류하자마자 맏형으로서 노 후보의 386세대 참모들을 이끌며 후보 경선에서 조직력을 발휘했고 정무특보로 활약하면서 대선 일등공신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노 대통령 당선 이후 청와대에 입성하지 않고 당 개혁특위 위원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해왔다. 젊은 시절 수산물 가공공장을 운영하면서 한국청년회의소(JC) 중앙회부회장까지 지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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