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黨論 특검법에 오락가락…재협상 앞둔 유화책인듯

  • 입력 2003년 3월 16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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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한나라당의 대북 밀사 파견 논란과 관련해 15일 오후부터 돌연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를 자제하는 대신 북한을 공격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11일 대북 밀사 파견 논란이 불거진 이후 줄곧 북측의 성명 등을 인용해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13일엔 ‘한나라당 대북 밀사 파견 진상조사위’(위원장 김운용·金雲龍 의원)를 발족시키는 등 이 문제를 본격 정치 쟁점화할 듯한 태세였다.

이평수(李枰秀) 수석부대변인은 15일 오전에도 전날 조선아태평화위가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밀사와 평양과 베이징에서 만났다”고 한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며 “한나라당의 은밀한 행태는 마치 순진한 시골처녀를 돈으로 유혹하는 늙은 바람둥이의 추태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김경재(金景梓) 진상조사위 부위원장은 “정대철(鄭大哲) 대표와 상의해서 내린 결정이자 당론”이라고 전제한 뒤 “조선아태평화위의 행위는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여야 관계를 악화시키며 우리 국민의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며 처음으로 북측을 공격하고 나섰다.

김 부위원장은 또 “북측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접촉 시점에서 부적절한 접촉을 공표하지 않고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대통령선거에 실패하고 난 후 이를 공개하는 것은 부도덕함의 극치”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 같은 태도 변화에 대해 민주당측은 “대북 비밀송금 특검법 재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을 자극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설명하고 있다. 진상조사위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특검을 실시하게 된 마당에 북측에 동조하는 듯한 자세는 여야 관계를 악화시키며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북한 대남 전술의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 자칫 민주당과 북한이 한편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보수측의 우려도 염두에 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나라당은 밀사접촉설에 대해 “북한이 말 같지 않은 얘기를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북한이 연일 한나라당을 중상모략하는 보도를 하는데 밀사가 누구였는지, 언제 누구와 만나 무슨 얘기를 했는지 공개하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15일 오후 논평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대북 송금 문제를 연계시키는 것은 북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내정간섭”이라며 “아태평화위와 현대의 협력사업은 결코 남조선 내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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