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중용-40代 장관 '파격인사'

  • 입력 2003년 2월 25일 0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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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파격 인사’ 행진이 대통령 비서실에 이어 내각 인선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전통적인 관료사회의 연공서열과 ‘보이지 않는’ 성(性) 역할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 건설교통부 같은 ‘남성위주의 부서’에 여성 장관의 임명이 유력하고, 정부 부처의 과장급 나이인 40대 초·중반 장관도 여럿 탄생할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는 ‘여성 시대’=법무부장관에는 검찰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금실(康錦實·46·사시23회·민변 부회장)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유력하다. 그의 기용은 여성 차장 검사조차 1명 없는 남성 중심의 검찰 조직에는 그야말로 ‘대 파격’인 셈이다.

강 변호사의 사시 동기생은 부장검사급에 불과해 사시 후배에게 직위를 추월당하면 옷을 벗는 검찰의 오랜 관행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새 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강금실 법무장관 카드’는 법무부가 검찰 수사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고, 법무행정에 전념토록 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며 “검찰이 반발할 일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명자(金明子·57) 현 환경부장관을 새 정부의 건설교통부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정부부처의 전통적 기능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을 예고한다. 개발 중심의 건설교통 행정을 인간 중심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행정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후문이다. 특히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의 충격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환경부장관으로서 대구 위천공단 문제 등을 매끄럽게 처리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보건복지부장관과 환경부장관에 각각 내정된 민주당 김화중(金花中) 의원과 이미경(李美卿) 의원, 유임이 유력한 한명숙(韓明淑) 여성부 장관까지 합치면 18개 부처 장관 중 여성이 5명이나 된다.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는 실질적인 양성(兩性) 평등 사회를 지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관료중심 구조도 무너진다=행정자치부장관으로 내정된 김두관(金斗官) 전 경남 남해군수는 44세이다. 그의 나이는 중앙부처 과장급에 불과하다.

특히 기초 자치단체장 출신인 그가 행정자치의 수장이 되는 것은 전통적인 관료서열이 새 정부에서는 의미가 없어졌음을 뜻한다.

노 대통령측에선 “새 정부의 행정자치부는 지방분권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지방자치 경험이 있는 김 전 군수는 바람직한 장관감”이라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장 출신인 김 의원의 보건복지부장관 기용도 의사 약사 중심의 보건행정조직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창동(李滄東)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문화관광부 장관에 내정한 것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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