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對北사업 30년 독점권' 유효성 논란

  • 입력 2003년 2월 10일 18시 52분


현대가 북한에 2235억원을 송금한 대가로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7대 대북사업에 대한 30년간 독점권이 과연 유효한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아산이 뒤늦게 공개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의 대북사업 합의서에 주요 사업으로 포함된 통신분야의 휴대전화 사업권이 이미 태국 업체에 넘어가는 등 북한측은 현대의 주장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측은 “북한과의 합의서 내용은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북한은 태국의 록슬리 퍼시픽과 함께 동북아전화통신회사(NEAT&T)를 설립해 지난 연말부터 북한 내에서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록슬리 퍼시픽은 태국 록슬리 그룹의 자회사로 평양을 비롯해 나진 선봉 등 지역에서 외교관, 국제기구의 주재원, 정부 관리 등을 대상으로 영업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아산이 9일 뒤늦게 공개한 북한과의 합의서에 명시된 7대 사업은 △남북철도연결 △통신사업 △전력이용 △통천비행장 건설 △금강산 저수지 이용 △관광명승지 종합개발 △임진강댐 건설 등으로 통신사업이 두 번째로 올라 있다.

따라서 이들 사업에 대해 30년간 독점권을 확보했다는 현대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이 다른 업체에 휴대전화 사업을 허가한 것은 엄연한 계약 위반으로 볼 수 있다. 또 이미 합의한 사항을 북한측이 뒤집은 것이라면 다른 사업 분야의 독점권도 마찬가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록슬리 퍼시픽이 이미 1995년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2900만달러에 30년간 전화사업 독점사업권을 받아 북한 내에서 일반전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현대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간의 합의서 체결 시점은 이보다 5년 늦은 2000년 8월로 이를 감안하면 현대의 북한 내 통신사업 독점권 확보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셈이다.

북한은 또 지난해 조선복권합영회사를 통해 평양과 신의주를 광케이블로 연결하고 인터넷망을 개통하는 등 현대측 합의와는 무관하게 통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본 등 경쟁국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합의서의 비공개를 희망했다는 현대측의 설명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대북 사업을 추진했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남측 기업과 협상할 때는 협상과정은 비밀에 부쳐도 서명이 끝난 계약은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며 “북한측이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아산측은 “록슬리 퍼시픽의 휴대전화 사업은 현대와 북한의 합의서 체결 전에 도입이 결정된 사안으로 현대의 독점권과는 무관하다”며 “합의서 내용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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