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고건씨 7대의혹 규명할 것"

  • 입력 2003년 1월 21일 18시 48분


코멘트
고건(高建) 국무총리내정자의 업무스타일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합리적이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안정총리’로 그를 낙점한 데도 이런 평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서울시장 재직 시절에도 동네 목욕탕을 즐겨 찾고 지하철을 수시로 이용하며 부하 직원들과 허름한 술집에서 값싼 안주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서민적 풍모’는 노 당선자와 통하는 점이 많다.

그러나 일 처리를 하면서 지나치게 좌고우면(左顧右眄)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돌파력’이 없고 ‘행정마인드’는 철저하지만 ‘경영마인드’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병존한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리더십=민선 서울시장 시절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서울시의 민원행정 시스템을 개혁한 것은 그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고 시장은 인터넷을 통해 민원 접수와 처리 과정을 공개하는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 시스템을 도입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98년 민선 시장에 당선됐을 때는 정기인사를 3개월이나 미루면서 나름대로 직원들에 대한 종합평가를 한 뒤 인사를 단행했다. 그의 신중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또 2002월드컵 당시 한강에 조명을 넣은 축구공 모양의 대형 풍선 6, 7개를 띄워 ‘웰컴 투 서울’같은 조형물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가 실무진이 검토 후 난색을 표명하자 그 자리에서 백지화시킨 것 등은 그의 합리적 스타일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자신이 신뢰하는 부하직원에 대해서는 끝까지 보호하는 면모도 있다. 그가 91년 수서아파트 사건 당시 담당국장을 문책하라는 청와대의 압력을 끝까지 거부한 것은 현재도 서울시청 공무원들간에 회자되는 얘기다.

그의 인간관리에 뛰어난 업무스타일을 보여주는 이런 일화도 있다. 관선시장 당시 그는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첨예한 사안을 처리할 때 간부회의를 열어 결정토록 하면서 허가를 내주고 싶으면 원만한 성품의 B씨에게, 허가를 내주지 않고 싶을 때는 반대 의견을 자주 내는 L씨에게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지나친 몸조심=지나치게 신중하다 보니 일 처리가 늦어지거나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시장 재직 시절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위원회를 만들어 자문하느라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그는 시장 재직 시절 50여개의 위원회를 만들어 ‘위원회 시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비판론자들이 내세우는 사례가 서울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 사업. 당초 추모공원은 강서구에 건설하기로 했다가 강서구민이 반대하자 서초구로 장소를 옮겼고 또 다시 서초구민들이 반대하자 미적미적하던 끝에 결국 행정적으로나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데도 착공도 하지 못했다.

서울시 의회의 한 관계자는 “대중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버스노선 입찰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잘 안 됐다. 지하철 운영 민간 위탁도 흐지부지됐으며 교통방송 공사화도 유야무야되는 등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신중 일변도여서 되는 일이 없다”며 ‘경영마인드’ 부재를 지적했다.

▽서민적 풍모=일선 공무원을 기억하고 격려하는 스타일이어서 부하직원들로부터 상당한 신망을 얻어왔다. 그는 총리나 서울시장 시절에도 퇴근 이후 야근 부서로 전화를 걸어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소주나 맥주를 사주며 애로사항을 듣기를 즐겼다. 총리 내정 확인을 위해 동숭동 자택을 방문한 기자들을 피하다가도 “밖에서 무작정 기다리겠다”고 버티면 결국 “추운데 안가고 뭐 하느냐. 할 말은 없지만 소주나 한잔하고 가라”며 근처 허름한 술집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일반 시민과도 격의 없이 지내는 스타일. 시장 재직시절 비서 1명만 달랑 데리고 지하철을 수시로 애용하며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고 식당에서 처음 보는 시민들에게 스스럼없이 술잔을 건네곤 했다. 카페에서 젊은 대학생들과 우연히 자리를 함께 할 때면 소주 대신 칵테일 ‘마가리타’를 마시기도 한다.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언젠가 보육원 아동이나 소년소녀가장과 후원가정을 이어주는 ‘이모-외삼촌 결연’ 행사가 열린 적이 있는 데 아이들과 후원가정, 공무원들이 함께 ‘의자 뺏기 놀이’를 했다. 고 시장도 이 게임에 참여해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들과 진짜로 게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그의 친화력을 높이 평가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고건 총리 내정자 7대불가사의
1본인의 군복무 면제 의혹
279년 10·26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했는데도 3일간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점
380년 5·17 비상계엄확대 조치 당시 대통령 정무수석으로 일주일간 청와대에 출근하지 않은 점
487년 6·10 민주화운동 당시 연세대생 이한열군이 최루탄에 맞아 사망했을 때 내무장관이었다는 점
591년 수서사건과 관련, 서울시장 재직시 서명을 했음에도 책임을 회피했다는 의혹
697년 환란 당시 국무총리였다는 점
7차남의 군복무 면제 의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