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계파간 혼전양상]"黨 전면개편" "순리 따라야"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8시 26분


민주당 개혁파 의원 23명이 22일 ‘민주당 발전적 해체’와 ‘인적 청산’을 주장한 것을 계기로 당내 범(汎)동교동계 및 당권파, 개혁파 중도파 등 각 세력 간의 암투가 재연되고 있다.

1차 대치전선은 한화갑(韓和甲) 대표를 중심으로 한 범동교동계 및 당권파와 개혁파 간에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개혁파 내부에서도 개혁의 방향 및 속도조절 문제를 놓고 이견이 불거지고 있어 일단 상황은 혼전 양상이다.

▽최고위원회의 논란〓한 대표 및 박상천(朴相千)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 등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개혁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사전에 입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용희(李龍熙) 문희상(文喜相) 최고위원도 최고위원 회의에서 “순리와 원칙에 따라 당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전날 개혁파 서명에 동참한 신기남(辛基南)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며 최고위원직을 내던지는 등 자신들의 개혁 요구를 밀어붙이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했다.

추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개혁의) 정신을 실천하는 몸체가 되지 못했다. 특위 하나 만든다고 해서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겠느냐”며 “지금 체제를 고수하며 새로운 방안을 얘기하는 것은 구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개혁파의 속사정〓개혁파의 궁극적 지향점은 개혁신당이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개혁파 의원 중 신, 추 최고위원과 조순형(趙舜衡) 정치개혁추진위원장 등 강경파는 당초 개혁신당 결성을 위해 전격적으로 탈당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정세균(丁世均) 김효석(金孝錫) 함승희(咸承熙) 의원 등의 반대로 ‘당 해체’ 요구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파 내부에서는 차기 당 지도부를 누구로 내세울 것인가 하는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개혁파 의원 상당수는 조순형 위원장을 과도기적으로 당의 얼굴로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동영(鄭東泳) 고문의 야심도 만만치 않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과 김원기(金元基) 고문은 개혁파의 움직임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당선자가 속도를 조절하라고 했고, 국민 여론이 갈등은 원치 않는다고했는데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고, 김 고문은 “당 통합이 깨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파 및 동교동계〓이해찬(李海瓚) 이상수(李相洙) 김경재(金景梓) 이재정(李在禎) 등 선대위본부장을 지낸 의원들은 ‘점진적 개혁’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범동교동계는 당의 개혁에는 동의하지만 시기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지금은 당의 화합을 우선해야 할 때라는 것.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신기남 추미애 최고위원이 사퇴한 것은 당선자를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이다. 기고만장해 이성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한편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소속 의원들도 이날 오찬 모임을 갖고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등 개혁파의 인적청산 주장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참석자는 “자기들은 백로고, 우리는 까마귀냐”며 흥분했다.

23인 기자회견 이후 민주당 계파별 입장
계파주장 내용의원
개혁파지도부 사퇴를 포함한 인적 청산. 개혁 신당조순형 정동영 신기남 추미애 천정배 정동채 이강래 송영길 임종석 등
친노 온건파지도부 사퇴. 재창당 수준의 민주당 개혁정대철 이해찬 임채정 이상수 김경재 장영달 이재정등
범동교동계 및 당권파민주당 개혁하되 화합해야한화갑 박상천 한광옥 정균환 김옥두 배기선 설훈 이훈평 박양수 등
옛 후단협개혁에 원칙적 찬성김영배 최명헌 이윤수 등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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