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시대]“韓-美 협력-평등관계로 발전시킬것”

  • 입력 2002년 12월 20일 18시 47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시종 자신감 넘치면서도 조심스러운 어조로 대북 대미 정책 기조 유지와 경제 안정 및 재벌 개혁을 강조했다. 민주당 혁신과 관련해서도 당정 분리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평당원’으로서 개혁을 수행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의 노동유연성이 낮다’는 외국 투자자들의 평가를 의식해 회견 말미 별도로 시간을 할애해 추가 설명을 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대북·대미 관계▼

-선거 운동 기간 중 북한 핵문제 해결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북핵문제 해결 구상은 무엇인가.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밝힌 구상은 깊은 정보를 고려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대강을 짚은 것이다. 책임있는 담당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해서 책임있는 말을 드리겠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등 외국 정상들을 만나면 어떤 메시지를 전할 생각인가.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지난번(미군장갑차에 희생된) 미선 효순양 사건으로 국민의 감정이 크게 표출되고 있는 것 외에 관계 자체를 갑자기 크게 바꾸라는 요구는 없다. 기조는 크게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방향을 설정할 것이다. 한미 관계는 국민의 자존심과 국가의 위신을 서로 존중하는 상호 협력·평등의 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정치 개혁▼

-정당 개혁과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약속했는데 복안은 무엇인가.

“이 문제를 풀기 전에 하나의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당헌 당규를 개정해 당정 분리를 선언했다. 대통령이 당을 지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대통령 후보 지위에서 민주당 개혁 과제를 수행해줄 것을 요구했고 나는 그 요구를 받았다. ‘정치 개혁, 나 모른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정치적 현실이다. 평당원으로서 정치 변화 과정을 국민과 함께 수행해야 할 책임을 느끼고 있다.”

-국민 통합의 방안은….

“나는 이전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갖고 있던 ‘존재 기반의 한계’는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제 나타난 결과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한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나. 장벽을 허물고 극복하겠다.”

-개혁을 추진하고 싶은 역점 분야는 무엇인가.

“참 많다. 개혁이라는 것은 어느 한 시기에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물이 흐르듯이 흘러가는 것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우리는 법과 제도를 따로 고친 것이 없지만 선거 문화는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말을 하고 싶다.”

-국정을 원활히 뒷받침하기 위해 원내 기반을 어떻게 확보하고 대야 관계는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한국 정치가 대화와 타협에 익숙하지 않고 충분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 정치를 새롭게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여소야대 국면의 정치가 그리 어렵지 않게 풀릴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정치 구조가 지역(기반)으로 만들어져 있기에 정치는 자연스럽게 불안스런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성실히 대화할 것이다.”

▼경제 문제▼

-사교육비 빈부격차 등으로 내년 봄부터 서민 경제가 어려워질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봄 문제라면 경기 정책과 관련된 것이라 정치적 관점이 개입되지 않도록 전문팀에 의해서 운용돼 나가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경기 운용을 언급하면 자칫 큰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내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서민생활의 안정이다. 경제가 안정된 토대 위에서 빈부격차가 많이 생기지 않고 역동적인 경제로 가야 한다. 경제의 활력을 추구하되 물가가 폭등하지 않도록 하겠다.”

-경제 성장과 재벌 개혁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 또 기업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노동 유연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재벌은 재벌이고 대기업은 대기업이다. 이것은 별개다. 내가 말하는 것은 재벌의 불합리한 시스템인데 이를 고치지 않으면 경제에 부담을 주고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은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 경제 시스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확실하게 개혁하는 방향으로 잡아 나가겠다.

노동유연성은 불가피한 것이고 한국에는 이미 수용되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노동유연성이 경직된 부분도 있다. 노동유연성이 없다는 외국의 시각은 일부 잘못된 것이고 한국 노동유연성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다만 불합리하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고쳐 나가겠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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