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대]밤9시께 1.3% 앞서자 "이겼다"

  • 입력 2002년 12월 20일 00시 14분


‘지옥에서 천당으로…, 꿈이 현실로….’

민주당은 19일 투표시간(오전 6시∼오후 6시) 내내 전전긍긍했다. 바로 전날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전격적으로 ‘노무현(盧武鉉) 후보 지지 철회’를 선언한 데다 투표율마저 역대 최저를 기록하자 초조감은 더욱 강해졌다.

그러나 오후 6시 방송사가 일제히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노 후보가 1.5∼2.3%포인트 차로 앞서자 “믿을 수 없다. 기적이 일어났다”며 환호했다. 당사 상황실에 모여있던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 등 의원 40여명과 100여명의 당직자들은 일제히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이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노무현” “노무현”을 외쳤고, 일부는 “만세”를 부르며 옆사람과 얼싸안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 참패의 지긋지긋한 악몽을 떨쳐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개표 초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노 후보를 5∼6%포인트 차로 크게 앞서나가자 당내에서는 한때 “설마가 사람 잡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노 후보가 오후 8시부터 표차를 줄여나가며 이 후보와 벌인 ‘득표율 시소 게임’은 97년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이 후보가 40여차례나 1, 2위 자리를 바꿔가면서 벌였던 ‘피 말리는 심야 드라마’의 재판(再版)이었다.

마침내 오후 8시45분 모든 방송에서 노 후보가 역전하고, 그후 격차를 계속 벌려 오후 9시5분경 48.4% 대 47.1%로 1.3%포인트를 앞서자 당직자들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오후 10시20분경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노 후보가 당사에 도착하자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500여명이 노란 풍선을 흔들며 열광했다.

당사 사무실에서 이를 지켜보던 당직자들이 수천장의 하얀 서류 용지들을 창 밖으로 뿌리자 마치 함박눈이 쏟아지는 것 같은 축제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원, 당직자, 의원 할 것 없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표정 일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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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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