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시설 가동 재개/외신반응]"北核 최악 시나리오 전개"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9시 05분


북한 함경도 금호지구에 건설 중인 경수로 건설 공사 현장. - 동아일보 자료사진
북한 함경도 금호지구에 건설 중인 경수로 건설 공사 현장. - 동아일보 자료사진
AP AFP 로이터 등 세계 주요 통신은 12일 서울발 긴급 뉴스로 북한이 핵 발전소를 재가동하기로 했다고 긴급 타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미국 등이 중유공급을 중단한 데 대한 맞대응조치로 핵발전소의 동결을 해제한다(N.KOREA SAYS TO UNFREEZE NUCLEAR PLANT IN RESPONSE TO OIL CUTOFF)”는 단 한줄짜리 기사를 먼저 타전했다. 각국 정부와 언론의 반응을 알아본다.

일본 정부는 12일 북한의 전격적인 ‘핵동결 해제선언’을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이날 저녁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내용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한미일 3국 공조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 미국과 함께 북한이 핵시설을 가동하지 못하도록 촉구할 방침임을 밝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1994년 북-미합의를 깨려는 것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북일 수교협상과 양국간 안보협의회 등 협상테이블에서 핵동결 유지를 촉구할 생각임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일 정부는 가동을 재개하는 핵시설이 어디에 있으며 언제 재가동할지에 대한 정보 수집에 착수했다.

프랑스 정부는 북한 외무성 발표내용을 강력히 비난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이날 “북한측 발표내용이 사실이라면 1994년 합의를 완전히 파기한 것”이라며 “북측 조치의 파장을 관련국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 내용이 맞다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를 요구하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도전이 크게 확대되는(major escala-tion) 신호”라며 “한국과 미국이 오랫동안 최악의 시나리오로 우려해 온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통신은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야심을 억제하려고 압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이번 선언은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미 관계는 10월초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으로부터 핵개발을 시인받았다고 발표한 이후 급속히 악화돼왔다.

일본의 교도통신도 이 소식을 긴급 뉴스로 타전했으며 NHK 등 일본 방송들도 주요 뉴스로 이 기사를 보도하면서 “북한과의 수교협상이 중대한 장벽에 부닥치게 됐다”고 전했다. 영국의 BBC방송도 첫 뉴스가 나오자마자 웹사이트에 “북한이 핵발전소를 재가동하기로 했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CNN방송과 MSNBC방송도 뒤를 따랐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역시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른 핵 계획의 동결을 해제하고 전력 생산에 필요한 핵 시설의 가동과 건설을 즉시 재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짤막하게 전했다.

이 통신은 그러나 “미국이 의무를 포기함으로써 우리가 긴박한 전력 문제에 직면하게 됐으며, 핵시설 재동결 문제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는 외무성 대변인의 말을 강조함으로써 사태의 책임이 미국에도 있다는 인상을 줬다.

이 통신은 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북한측 발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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