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또 한번 국제사회 배신했다

  • 입력 2002년 12월 11일 18시 45분


북한의 미사일 수출선박이 나포됨으로써 북한 정권이 남한과 국제사회를 향해 입으로는 평화를 소곤거리면서 실제로는 끊임없이 대량살상무기를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우리에게는 충격 그 자체다. 한반도의 북쪽에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받아 굶주린 백성을 겨우겨우 연명시키면서 한편으로는 미사일 장사를 하는 시대착오적인 정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두렵게 한다. 김정일(金正日) 정권은 왜 이래야만 하는가.

현재의 국제정세를 둘러보자.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유엔결의로 모아져 이라크에 대한 무기사찰이 진행 중이다. 핵과 미사일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 경계령이 내려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무기수출을 강행하다 ‘현행범’으로 적발됐으니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 북한이 개발 중인 핵을 그 같은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북한은 국제사회를 배신했다. 헐벗은 북한주민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보낸 따뜻한 인류애를 파괴와 살상의 무기 수출로 갚았다. 북한 정권이 세계평화에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도 다시 한번 분명하게 확인됐다. 미사일의 최종목적지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북한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진 중동의 군비경쟁을 앞장서서 부추기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북한은 결국 막다른 골목에서 미국과 마주쳤다. 미국은 99년 발표된 ‘아미티지 보고서’에서 드러난 대로 북한 선박의 나포 등 미사일 수출 저지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해 왔고 오랜 추적 끝에 북한의 꼬리를 확실하게 잡았다. 때맞춰 백악관은 대량살상무기 공격에 대해 핵무기를 포함해 ‘압도적 무력’을 동원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미국의 결연한 태도로 미루어 핵개발 시인보다 더 심각한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도 제3자가 아니다. 정부의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비판하고 자세변화를 촉구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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