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이행' 놓고 통합21 내부갈등

국민통합 21 후보단일화추진단장을 맡았던 민창기(閔昌基) 홍보위원장이 11일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대한 조속한 공조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전격 탈당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민주당의 '공조 의지'를 의심하며 버티기 자세를 굳히는 등 공조문제를 둘러싼 이상기류가 심화되고 있다.

민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약속이 이행되는 최후 무대에 선 노 후보와 정 대표를 보고 싶지만, 공조한다고 해놓고는 화끈히 도와주지 않고 정책조율 얘기를 되풀이하며 시간을 끄는 데 대해 능력과 소임의 한계를 느꼈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민 위원장의 탈당에는 정 대표가 '여론조사 점검위원회'(위원장 신낙균·申樂均)를 구성, 측근 인사를 통해 단일화 여론조사 협상 관여 인사들을 상대로 사실상의 '시말서'를 받게 하고, '직언'보다는 충성도에 따른 독단적 인사를 해왔다는 누적된 당내 불만도 깔려 있다.

당내에서는 특히 정 대표의 최근 행보를 놓고 "사실상 '대선 중립' 쪽으로 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늘고 있다. 이철(李哲) 박범진(朴範珍) 전 의원과 오철호(吳哲鎬) 정치특보 등도 "자칫 역사의 패배자가 될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 대표측 핵심인사는 "전날(10일) 오전만 해도 정 대표는 전성철(全聖喆) 정책위의장에게 정책조율 마무리를 지시하며 낙관했으나, 어제 오후쯤 '민주당측이 정 대표 도움 없이도 단일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굳이 손 내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류'라는 보고가 있은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신뢰를 도리어 약점으로 활용해먹는 것은 같이 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다"고 정 대표의 심경을 전했다.

정 대표측은 특히 "민주당측이 10일 정책합의문의 최종 문구 조율 요구에 대해 'TV토론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뒤로 미룬 채 연락이 없는 것은 TV토론 이후 여론 추이를 보아가며 공조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도" 라며 불쾌해 하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