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국회의장 차기정권前 국정원법 개정

  • 입력 2002년 11월 29일 18시 24분


박관용(朴寬用·사진) 국회의장은 29일 국가정보원의 도청 의혹과 관련, “민주주의 시대에 도청을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악질적인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기에 앞서 국회에서 국정원법을 개정,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나도 평의원 시절이던 3월 도청을 당했는데 의장 신분인 지금도 도청당한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며 “신건(辛建) 국정원장은 국민에게 도감청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 장비를 전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올 3월 18일 나의 후원회장인 강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유흥수(柳興洙) 의원이 부산시지부장이 됐고 곧 시지부 후원회를 한다고 하니 많이 도와 달라. 후원회 친목모임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저녁 약속이 있어 못 간다’고 했고, 그 무렵 김도언(金道彦) 전 의원과도 통화한 적이 있는데 한나라당에서 확인을 요청해 온 도청자료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그 자료를 보니 당시 통화내용이 선명히 기억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후원회장과는 도청을 우려해 휴대전화로 통화했고 후원회장도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 같다”며 “그런데도 대화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는 것을 보니 국정원이 휴대전화도 도청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도청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박 의장의 이 발언은 도청의혹을 입증하는 중요한 단서로 파문을 더욱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28일 도청자료 공개 때는 박 의장의 전화 도청자료를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29일 박 의장 주장 이후 ‘박관용 의원, YS와 식사 약속’이란 제목의 문건 등 박 의장 관련 자료 2건을 공개했으며, 여기엔 박 의장이 밝힌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한나라당이 28일 공개한 도청자료에는 박 의장의 전화 도청 자료는 들어있지 않아 일단 확인만 해 놓고 추가공개 대상으로 분류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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