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반응]“오히려 편한상대” 자신감

  • 입력 2002년 11월 25일 01시 49분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들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간의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25일 0시가 넘도록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나라당은 노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되자 “노 후보가 민주당 주자인 만큼 ‘부패정권 심판론’이 더 힘을 받지 않겠느냐”며 내심 자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양강 구도의 대선 레이스가 현실화된 데 대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논평에서 “마침내 대선 구도가 명실상부한 부패정권 교체 대 부패정권 연장의 맞대결 구도로 짜여졌다”며 “사실상 이번 대선은 부패정권 심판자 대 부패정권 계승자의 대결이다”고 말했다.

남 대변인은 이어 “후보 단일화 과정까지 드러난 집단적인 경선 불복, 정당정치 유린, 나눠먹기식 권력 흥정에 대해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시대적 국민적 사명인 부패정권의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양휘부 공보특보는 “어렵게 단일화에 성공한 노 후보에게 축하한다. 당당히 싸워 달라”고 축하의 말을 전한 뒤 “이슈로 보면 정 후보가 더 쉬운 상대지만 구도로 보면 노 후보가 오히려 더 편한 상대”라며 노 후보와의 대결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한나라당에서는 노, 정 후보 두 사람의 정책과 이념이 판이하다는 점을 들어 정 후보가 과연 투표일까지 진정으로 승복하고 협력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정책과 성향이 극과 극인 두 사람이 겉으로 합친다고 해서 국가와 국민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우리 정치를 엄청나게 희화화한 정치 깜짝쇼도 모자라 발표까지 오밤중에 하는 것을 보니 분명 정상이 아님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엉터리 상품을 내놓고 호객 행위를 요란하게 하면 당장 흥미를 갖고 사람들이 모여들지 몰라도 실제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법이다”며 “권력 나눠먹기를 위한 부도덕한 정치적 야합에 대해 국민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권철현(權哲賢) 후보비서실장은 “관전자의 재미를 더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이벤트일지 몰라도 국가 운명의 선택이라는 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며 “우리는 노 후보에게 당당하게 맞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노 후보가 정 후보보다는 싸우기가 훨씬 쉽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당으로서는 잘 된 결과이며 보혁구도의 대결로 몰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단일화 논의 자체를 현실로 인정하고 “단일화 논란을 속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식으로 대여 공세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 대상을 빨리 결정함으로써 당력을 모을 수 있는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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