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단일후보 확정]盧, TV토론서 마음비운 모습 ‘어필’

  • 입력 2002년 11월 25일 01시 49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된 데는 ‘국민경선’에 의해 선출됐으면서도 당 안팎의 단일화 요구에 ‘마음을 비우고’ 양보와 결단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준 것이 어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 후보는 국민통합21과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통합21측의 계속되는 ‘무리한 요구’에 고심 끝에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것이 국민에게 긍정적인 모습으로 비쳤다는 것이다.

국민경선 ‘16부작 드라마’도 뒷심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경선 이후 지지율 하락과 당 내분으로 후보 지위가 크게 흔들렸으나 10월 말 이후부터 지지율이 반등하기 시작했고 정몽준(鄭夢準) 후보와의 단일화 합의 직후에는 단순지지도 면에서 정 후보를 조금씩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노 후보는 정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 ‘희망돼지’ 모금운동을 펼치는 등 개미군단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22일 밤 정 후보와의 단일화 TV토론에서 ‘큰형님’ 이미지로 안정감을 보여준 것도 막판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토론 이후 정 후보가 예상 외로 공세적 태도를 취해 토론에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나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는 노 후보가 토론을 더 잘한 것으로 평가됐다.

물론 막판에 고전하기도 했다. 특히 호남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이기려면 정 후보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24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의 ‘대 이회창 경쟁력’ 부분에서 정 후보에게 근소하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호남은 자신들이 선택했던 노 후보를 끝까지 지지했던 것으로 이번 조사 결과 확인됐다.

반면 정 후보는 10월말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단일화 카드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정 후보는 토론에서 공격적 모습을 보여주며 다소 우유부단하다는 이미지를 상쇄했으며 특히 호남지역을 상대로 ‘이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다’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호남과의 ‘정서적’ 연결고리가 미약했다는 점이 한계였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