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2시간만에 정족수 미달로 산회

  • 입력 2002년 11월 7일 18시 55분


“방금 박혁규(朴赫圭) 의원이 제안 설명한 법률안은 의결 정족수 미달로 의결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일사천리로 법률안 처리를 해나가던 7일 오후 4시13분 국회 본회의장. 사회봉을 잡은 김태식(金台植) 국회부의장은 텅 비다시피한 본회의장을 둘러보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전체 의원 273명 중 본회의장에 남아 있는 의원은 의결 정족수인 137명에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김 부의장은 마이크를 잡고 “본회의장 밖에 있는 의원들은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도록협조해달라”며 여러 차례 호소를 하고, 각 당 원내총무들을 불러 의원들의 참석을 독려했으나 의원들의 수는 전혀 불어나지 않았다.

김 부의장은 “의원들이 들어오길 잠시만 더 기다려보자. 지루하더라도 좀 더 기다려 달라”며 남아 있는 의원들을 애타게 붙들었으나 참석 의원들의 항의가 군데군데서 터져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일단 제안 설명을 들으면서 의원들이 들어오길 기다려도 되지 않느냐” “차라리 산회하고 내일 다시 본회의를 열자”고 요구했다.

이런 와중에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자리를 뜨는 의원들마저 눈에 띄었다. 의원수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더 줄어들 뿐이었다.

오후 4시30분. 김 부의장은 체념한 듯 “무작정 기다려봐도 의원들이 더 나오기 어렵고 오늘 회의를 더이상 진행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아 산회를 선포한다”며 방망이를 두드렸다.

마지막까지 본회의장을 지킨 의원은 70여명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의원이 50여명이었고, 탈당사태로 어수선한 민주당 의원들은 20여명만 눈에 띄었다.

의결 정족수를 가까스로 넘기며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본회의가 의원들의 무더기 무단 결석 및 조퇴로 어쩔 수 없이 산회되는 순간이었다.

국회의 한 직원은 “출석을 독려하기 위해 결석 의원의 의원회관으로 바쁘게 전화를 돌렸지만 ‘의원님은 본회의장에 계십니다’는 엉뚱한 대답이 많았다”고 전했다.

일부 결석 의원들은 본회의 개회시간에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확정을 코앞에 두고 찾아온 민원인들을 만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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