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의원 9명 탈당 결의]집나가는 경기…서울-충청도 들썩

  • 입력 2002년 10월 16일 19시 00분


민주당 경기지역 의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음식점에서 탈당 및 원내교섭단체 구성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 박경모기자
민주당 경기지역 의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음식점에서 탈당 및 원내교섭단체 구성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 박경모기자
민주당의 탈당 움직임이 우후죽순(雨後竹筍)식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대통령 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후단협)가 탈당 방침을 천명하자 이들과 거리를 두어온 경기지역 의원 9명이 16일 원내교섭단체구성을 위해 탈당을 전격 결의하고 나섰다.

경기지역 의원들은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반노(反盧) 그룹의 핵심으로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온 그룹이다. 특히 2000년 16대 총선 직후부터 경기남부 지역 의원들은 ‘레인보우’라는 모임을 만들어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어 왔고, 올 3월 대선후보 경선 때는 이인제(李仁濟) 의원측과 강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들은 한때 후단협측에 개별 참석하기도 했으나 후단협측의 행동통일이 늦어지자 후단협과 거리를 두면서 강력한 탈당 여론을 주도했다.

이처럼 민주당 경기 지역 의원들이 먼저 독자적으로 탈당을 결의하고 나선 데는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다.

이희규(李熙圭) 의원은 “후단협이 지지부진하니까 우리가 밀알이 되겠다는 것이다. 탈당하느니 마느니 하는 얘기는 많았지만 한번도 결행된 적이 없지 않느냐”며 ‘기폭제론’을 폈다.

이들의 움직임에는 경기 출신인 이한동(李漢東) 전 국무총리와 정몽준(鄭夢準) 의원간의 후보단일화를 주도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후단협 다른 멤버들과의 인간적 관계나 견해 차이도 이들의 독자 행동을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실제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김원길(金元吉) 의원이 후단협 공동대표가 되면 김 의원이 원내교섭단체 대표가 된다는 것 아니냐”며 후단협 운영에 불만을 토로해왔다.

그러나 이들 경기지역 의원도 후단협을 부정하거나 대립적 관계에 놓여있지는 않다. 강성구(姜成求) 의원은 “후단협 내부에 헤게모니 다툼이 있다는 게 불만이지 후단협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갈 것이다”고 말했다.

아무튼 경기 남부지역 의원들이 점화시킨 탈당 움직임은 서울 강원 충청권 등으로 확산돼 탈당의 봇물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후단협 내부에서는 박상규(朴尙奎) 의원이 직접 탈당 서명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대규모 탈당 가능성에 대한 신중론도 적지 않다. 후단협의 한 의원은 “지역구 사정이 워낙 복잡해서 좀 더 지켜봐야겠다”며 탈당 자체에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강원도의 송훈석(宋勳錫) 의원도 “많은 의원들은 11월초쯤 돼야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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