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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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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사진) 의원이 지난달 23일 서울지검에 대한 국회 법사위 감사에서 터뜨린 ‘의원에 대한 성(性) 상납’ 의혹이 유야무야된 ‘폭로’의 대표적인 예다. 이날 홍 의원은 “여당 A 의원이 탤런트 C양을 지역구 행사장에 데리고 와 추행하는 것을 많은 이들이 목격했으며 B, C 의원도 A 의원의 주선으로 L, K양을 제주도 등에서 만나 성 상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무성하게 나돌던 유력 정치인, 재계인사 등과 여성 연예인간의 매매춘 의혹이 국감장에서 처음 공식 제기되는 바람에 이 문제는 일약 화제가 됐다. 국감장에서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지만 인터넷과 스포츠신문, 입소문을 통해 수많은 ‘설(說)’이 확대 재생산됐다.
더욱이 수사책임자였던 김규헌(金圭憲·충주지청장) 전 서울지검 강력부장이 당시 “정치인 이름이 나왔는지는 말할 수 없다”는 식으로 아리송하게 입장을 밝히는 바람에 의혹은 더욱 커졌다.
아직도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홍 의원은 7일 “당사자를 비롯한 일부 사회 지도층의 도덕의식에 경종을 울리려고 발언한 것이지, 특정 정치인을 매장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예계 및 검찰 내부의 신뢰할 수 있는 인사로부터 정치인 실명이 담긴 복수의 제보를 받은 후 나름대로 확인과정을 거쳤다”며 “발언 여부를 놓고 고심이 많았으나, 수십년간의 권력 악폐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터뜨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날 거론한 의원 외에 권력핵심 P씨도 관련돼 있다. 부장검사의 좌천도 P씨와 무관치 않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특히 성 상납설을 제기한 것은 수사책임자였던 김규헌 지청장에 대한 좌천 인사를 지적하려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팀이 관련 진술을 확보하는 등 진상을 파헤치려 했으나, ‘켕기는 것이 있는’ 정치권의 간섭으로 부장검사가 지방으로 쫓겨났다”며 “외압인사 문제는 지속적으로 문제삼겠다”고 별렀다.
하지만 김 지청장은 “당시 성 상납 첩보가 있어 수사에 착수했으나 구체적 단서는 포착되지 않았다”면서 “나의 인사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말했다.
또 홍 의원이 지목한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의원들도 “전혀 사실무근이다”며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홍 의원이 실명을 거론한 것도 아닌 데다 나서서 직접 해명할 수도 없는 지경”이라면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한건주의식 폭로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근거도 없이 의원들을 모독했다”며 국회 윤리위에 홍 의원의 제명을 요구했다.
이에 홍 의원은 “(성 상납설은) 100% 진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그들이 항의 전화 한 통 못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그는 “이 문제를 갖고 진검승부를 내려 한다면 해당 의원들이 진짜 망가지기 때문에 끝까지 갈 생각은 없다. 경종을 울렸으니 됐다”고 매듭을 짓고자 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