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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7일 0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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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 국정감사(4일)에서 군 수뇌부의 ‘서해교전 사전징후 묵살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5일 보직해임된 한철용(韓哲鏞·소장) 전 5679부대 부대장은 6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군 상부의 교신내용’은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며 13일 감청 내용 중에는 8자(字)가, 27일 감청 내용 중에는 15자가 핵심 단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군 기밀이라 더 이상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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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장의 발언은 서해교전 이후 군 당국이 “북측의 도발을 예측할 수 있는 관련자료가 없었다”고 주장해 온 것을 반박하는 것이다.
한 소장은 또 “서해교전 2주 전쯤인 6월 14일 국방정보본부장, 정보사령관, 정보융합실장 등 군 정보수뇌부와 전날 발생한 북한군의 NLL 침범 사건을 분석하는 회의가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이 감청 내용을 보고하며 북한군의 ‘돌발행동’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역시 묵살됐다”고 밝혔다.
한 소장은 “그 회의에서는 북한군의 도발 징후를 뒷받침할 만한 북한군의 동향을 촬영한 항공사진도 함께 제시했다”며 “그러나 당시 참석자들은 마음이 ‘딴 곳’에 있었던 것 같고, 결국 전날 북한군의 NLL 침범은 ‘단순 침범’이라는 결론을 내려 예하부대에도 그렇게 전파했다”고 주장했다.
한 소장은 특히 “그 징후들은 적의 도발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팩트(fact)들’로 당시 미국에도 제공했다”며 “교전 사흘 뒤인 7월 2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북측의 선제도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정보에 따른 것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신의 정보를 제대로 평가했으나 정작 한국군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한 소장의 주장이다.
국가정보원의 한 관계자도 “국정원도 당시 서해 쪽 주요 정보 포스트를 통해 서해교전 발발 가능성을 포착했으나 ‘불확실한 감청 정보만으로 남북관계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며 이를 묵살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5679부대가 6월 13일 북한군의 NLL 침범사건에 대해 △연례적인 전투검열 △월드컵 및 국회의원 재·보선과 관련한 한국 내 긴장 고조 의도 배제 불가 △우리 해군 작전활동 탐지의도 중 하나일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2, 3번 판단이 삭제된 데 대해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한 경위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경위서는 5679부대 예하인 701정보단장 윤영삼 대령이 작성한 것으로 “융합실장(정형진 정보융합실장)이 장관님께서 2, 3번 판단 내용은 삭제하여 전파하라고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온 김 장관과 정 실장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국방부는 5일 한 소장에 대해 ‘해당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될 경우 보직해임한다’는 군 인사법에 의거해 보직해임했다. 국방부는 또 김승광(金勝廣·육군 중장) 국방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 국방부 감사관실, 정보분야 관계자 등 10명의 조사단을 투입해 7일부터 한 소장 발언의 진위를 확인할 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