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유엔본부서 권총시위

  • 입력 2002년 10월 4일 18시 40분


유엔본부 구내에서 권총을 쏘고 북한 인권상황 규탄 유인물을 뿌린 한국계 미국인 스티브 김씨(가운데)가 연행되고 있다. - 유엔본부로이터뉴시스
유엔본부 구내에서 권총을 쏘고 북한 인권상황 규탄 유인물을 뿌린 한국계 미국인 스티브 김씨(가운데)가 연행되고 있다. - 유엔본부로이터뉴시스
3일 오후 1시10분(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건물 앞에서 한국계 미국인 스티브 김씨(57)가 공중을 향해 권총을 쏘고 북한의 인권상황을 비난하는 유인물을 뿌린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총격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다. 김씨는 연방수사국(FBI)이 참여하는 경찰 수사를 받은 후 사법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일리노이주 데스플레인스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 김씨는 1.5∼1.8m 높이의 유엔본부 담을 뛰어넘어 구내로 들어가 허공을 향해 리볼버권총을 발사했다.

목격자들은 김씨가 특정한 곳을 겨냥하지 않은 채 총을 쏜 직후 총을 바닥에 내려놓고 가방에서 유인물을 꺼내 뿌렸으며 보안요원들에게 아무런 저항 없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서툰 영어에 손으로 쓴 유인물은 “빛나는 문명의 21세기에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화와 자유를 누리고 있으나 북한은 기아와 독재적 억압에 신음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10월2일 유엔시민 스티브 김’ 명의로 돼 있었다.

1988년부터 일리노이주의 한 우편물 분류센터에서 일해온 김씨는 “평소 한국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으며 총기를 소지하거나 체포된 적도 없는 조용한 사람이었다”고 그의 아들 마이클 김씨가 미 언론에 밝혔다. 김씨 이웃과 동료들도 김씨가 조용하고 정중한 사람이었다면서 이번 사건은 전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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